[트렌드줌인]사명 감춘 부캐 유튜브 전성시대

입력
2025.03.11 05:00

유튜브 채널 '취향수집가'는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집들을 소개해 인터넷에서 화제다. 거실 한복판에 커다란 파도타기용 보드를 설치한 서울 강남 아파트, 명품업체 샤넬 제품으로 꾸민 한옥, 영국 술집처럼 축구 경기를 보며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집 등 이곳에서 소개한 이색 주택들은 수만 건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얼핏 보면 이색 취향을 가진 유튜브 창작자의 채널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곳은 실내장식용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서비스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신생기업(스타트업) 버킷플레이스가 만든 부캐 유튜브 채널이다.


'취향 수집가'처럼 사명을 감춘 기업의 부캐 유튜브 채널이 늘고 있다. 부캐란 본래 캐릭터가 아닌 별도로 내세운 부차적인 캐릭터를 말한다. 전달하려는 내용과 대상에 맞춰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다른 내용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용자 입맛에 맞춰 재미와 마케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이 방식을 업계에서는 '히든 마케팅'으로 부른다. 기업의 정체를 감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정체를 감추면 안 된다. 마치 베일에 살짝 가려진 얼굴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어떤 회사인지 알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묘미다. 그래서 부캐 채널은 기업의 공식 유튜브 채널과 별개로 화제성에 초점을 맞춘다. 버킷플레이스도 오늘의집 공식 유튜브 채널이 따로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부캐 유튜브는 재미가 있어서 화제가 돼야 한다"며 "그러면서 오늘의집이 갖고 있는 핵심가치를 공유하며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특성에 힘입어 수백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인기 부캐 유튜브 채널이 늘고 있다. 유명 방송인 덱스가 등장해 연예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일칠의 '덱스의 냉터뷰', 각종 산업을 분석하는 머니그라피의 'B주류 경제학' 등은 각각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 컬리와 금융기술(핀테크) 스타트업 토스가 운영한다. 아이돌 그룹 멤버 사나가 출연한 덱스의 냉터뷰 영상은 조회수 1,200만 건을 넘어섰고 시즌2에 접어든 B주류 경제학도 인기 영상들이 조회수 20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대기업들도 스타트업을 따라 부캐 채널을 만들고 있다. 한화생명 등 한화금융계열사의 '라이프플러스TV', 아모레퍼시픽의 '뷰티포인트', 현대자동차의 '르르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업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제품과 기술을 강조하고 부캐 채널에서 지식이나 생활 정보를 다루는 등 내용을 차별화한다. 심지어 현대차의 '르르르'는 아예 자동차와 관련 없는 달팽이 모양의 뚜벅이 캐릭터를 내세워 전철역을 소개한다.

업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며 은근슬쩍 기업을 알리는 부캐 채널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버킷플레이스 관계자는 "부캐 채널은 재미나 지식을 주는 등 성격이 명확해야 한다"며 "디지털 세대의 특성에 잘 맞는 마케팅 수단으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