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반도체 사업 대부분 대만이 가져가… 약간은 한국에"

입력
2025.03.0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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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법 재차 비판… "엄청난 돈 낭비"
"반도체 산업 큰 부분 다시 가져올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의 대(對)미국 투자를 유도한 반도체과학법(칩스법) 폐기 방침을 재차 시사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국'을 처음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취소 등 조치가 이뤄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증폭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점차 반도체 사업을 잃었고, 이제 그건 거의 전적으로 대만에 있다. 대만이 우리에게서 훔쳐 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것(반도체 사업)을 쉽게 보호할 수 있었다"며 "이제 그건 전부 거의 전적으로 대만에 있고, 약간(little bit)은 한국에 있지만 대부분 대만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 상실에 따라, 대만·한국 등 아시아 기업들이 미국 기업의 몫을 대신 차지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가져갔다'고 수차례 주장해 왔다. 하지만 공개석상에서 한국을 함께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인텔을 갖고 있었고, 인텔은 앤디 그로브(전 회장)에 의해 운영됐다. 그는 엄청난 일을 해냈으며, 반도체 사업을 지배했다. 그러다가 죽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뒤로는 도대체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인텔에) 있었고, 우리는 점차 반도체 사업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발언을 한 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제정된 칩스법을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반도체법을 폐지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왜냐하면 이것(의 보조금)은 수천억 달러나 되고, 그냥 돈 낭비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반도체 기업의 미국 투자를 이끈 것은 칩스법의 보조금이 아니라 자신의 '관세' 정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들에 한 푼도 주지 않았다"며 "그들은 관세 때문에, 관세를 내지 않기 원해서 이곳으로 왔다"고 밝혔다. 지난 3일 대만 TSMC의 1,000억 달러(약 146조 원) 규모 대미 신규 투자 계획 발표를 언급하며 "우리는 반도체 산업의 큰 부분을 다시 (미국에)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칩스법 폐기 의사를 굽히지 않음에 따라, 한국 반도체 업계에 미칠 악영향 우려도 가라앉지 않게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각각 47억4,500만 달러(약 6조8,700억 원), 4억5,000만 달러(약 6,200억 원)의 미 연방정부 보조금을 받기로 계약한 상태다.

나주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