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패싱' 현실화?… 한국 외교, 명분도 실리도 다 놓칠라

입력
2025.03.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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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대의 전쟁(錢爭)외교 시대] (5) 러우전쟁
트럼프-푸틴 밀착에 한러관계 복원 시급
러 중재로 북미 직접대화 가능성 거론돼
'한국 패싱' 없도록 발언권·협상력 높여야
12·3 계엄 이후 권력공백 서둘러 메워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러시아ᆞ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추진하면서 우리 외교력이 재차 시험대에 올랐다. 에너지 협력을 포함한 한러관계의 복원뿐 아니라 ‘한국 패싱’을 통한 북미관계 급진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러우전쟁 및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급격한 입장 변화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러관계의 일부 악화를 감수하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보조를 맞춰온 우리 정부도 한러관계 복원에 적극 나서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러우전쟁을 거치며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수준이 북한군 파병에까지 이른 만큼 남북ᆞ한미ᆞ한러관계는 얽히고설킨 고차방정식이 됐다.

가장 시급한 건 한반도 문제에서의 발언권 확보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복원,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과거 두 차례 정상회담,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예산 축소 및 해외 주둔 미군의 역할 조정 가능성, 미중 간 긴장 고조 등을 두루 감안할 때 한국 패싱의 현실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의 중재하에 북미 양국이 또다시 직접 대화에 나설 경우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입지 축소는 불가피하다. 이 경우 주한미군의 기능과 역할이 조정되는 과정에서도 발언권을 보장받기가 어렵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사실상 완전히 단절된 현실이 뼈아픈 이유다.

무엇보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지점에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조율하는 통로부터 마련해야 한다. 당장은 미러 양국의 러우전쟁 종전 협상 관련 정보에 민감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공언했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조차 현시점에선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원자력발전의 연료인 농축우라늄의 안정적 확보에도 나서야 한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러시아가 이를 무기화하지 않았지만, 중장기적으로 수입원 다변화와 함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농축 및 재처리 기술 확보도 추진해야 한다.

역시나 12ᆞ3 계엄 이후 3개월 넘게 이어진 권력 공백을 최대한 서둘러 메워야 한다. 트럼프의 한마디 한마디가 글로벌 시장과 외교무대를 뒤흔드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뒷짐을 지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양정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