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판매량 폭증… '러우전쟁 3년' 미국은 몰래 웃었다

입력
2025.03.08 09:00
14면
[양정대의 전쟁(錢爭)외교 시대] (5)러우전쟁
무기 판매액 3년간 91% 가량 증가
안보 우려에 아태지역도 구매 러시
러 제재 여파로 LNG 수출도 급증
AI 활용해 국방·전쟁시스템 구축

러시아ᆞ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글로벌 경제도 출렁였지만, 적어도 미국 정부와 미국 방산업체들은 호황기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국방예산을 대폭 절감하면서도 군사력 절대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주요 기술기업들이 참여하는 국방관리시스템 개발에 한창이다.

전쟁이 발발한 2022년 미국의 해외 무기 판매액은 2,040억 달러(약 295조 원)로 전년도보다 50% 가까이 폭증했다. ‘루소포비아’에 질린 유럽 국가들이 앞다퉈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하며 미국산 무기를 대량 구매한 결과다. 지난해까지 누적 3년간의 2021년 대비 증가폭은 무려 90.5%에 달한다. 특히 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지난해에는 대만ᆞ일본ᆞ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무기 구매가 늘었고, 고성능 드론이나 사이버 방어 시스템 같은 신형 무기체계에 대한 수요도 커졌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 전쟁 첫해에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했고, 지난 3년간의 수출량은 매년 15~16%씩 늘었다. 트럼프 2기의 공세적인 에너지 수출 정책과 맞물릴 경우 아시아 국가들의 수요까지 더해져 미국의 LNG 수출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방산업체들의 성장세도 역대급이었다. 우크라이나에 대전차미사일 재블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등을 판매한 록히드 마틴의 주가는 2022~2024년에 67%나 상승했다.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패트리어트(대공 방어) 시스템 등을 판매한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 드론과 사이버보안 시스템 등에 특화된 노스롭 그루먼, M1 에이브럼스 전차와 스트라이커 장갑차 등으로 유명한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의 주가도 같은 기간 41~54% 올랐다.

미국 국방부는 2018년부터 군사기술의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의 국방시스템 통합 등을 추진하면서 주요 기술기업들을 대거 참여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MS)ᆞ구글ᆞ오라클ᆞ아마존과 맺은 ‘공동 전투 클라우드 역량’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MS 등은 보안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군사용 위성 인터넷 서비스 개발, 드론 및 위성 이미지 분석, 양자컴퓨터 활용 암호 해석 등을 제공한다. 올해 국방예산 8,860억 달러(약 1,281조 원) 중 16%가 차세대 무기체계 개발 및 시험ᆞ평가, AIᆞ양자컴퓨팅ᆞ사이버 보안 등 첨단기술 연구에 배정됐다.

AI와 같은 첨단기술의 군사 적용은 전장에서의 효율성을 높이고 전쟁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윤리적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의 수출 상품화 계획을 전하며 “AI가 인간의 통제 없이 작전을 수행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정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