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학계가 반도체 특별법에 연구개발(R&D) 핵심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을 담은 특례 제도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5일 국회에 촉구했다.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연구개발의 집중과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학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학회장들과 교수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현행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은 연구자들의 연구 몰입도를 저하하고, 신기술 개발에 걸림돌이 된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반도체 연구개발은 상용 제품과 차별화한 기능을 가진,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불확실성에서 출발한다”며 “성공 가능성을 전혀 예측할 수 없기에 시간을 정해두고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일정 지연뿐만 아니라 성공 확률도 낮아진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또한 학계는 반도체 연구자에게 집중적인 연구와 실험을 할 수 있는 연구 환경 제공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경쟁하는 미국, 중국 등은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규제를 유연하게 운영한다”며 “이에 반해 우리나라 반도체 연구자들은 경직된 근로시간 제도로 세계적인 연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계는 기업의 연구개발 인력에 한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학계는 “유연한 연구환경을 바탕으로 젊은 연구자들과 국가가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반도체 산업이 지속적으로 국가 경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국회의 초당적 합의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성명에는 백광현 대한전자공학회장, 강성호 한국테스트학회장,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신현철 반도체공학회장을 비롯해 김형준 서울대 명예교수, 조중휘 인천대 명예교수, 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가 참여했다.
한편 반도체 업계에선 일부 기업과 전문가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반도체 위기의 책임을 경영진이 아닌 근로자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여전히 적지 않다. 미국과 중국, 대만과 기술 격차를 유지하지 못한 핵심 원인은 근로시간이 적어서가 아니라 기술 흐름을 놓친 경영진의 판단에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