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시진핑, 미·중 무역전쟁 한국에 불똥 튈까

입력
2025.02.22 04:30
19면

편집자주

요동치는 국제 상황에서 민감도가 높아진 한반도 주변 4개국의 외교, 안보 전략과 우리의 현명한 대응을 점검합니다.


진화 어려운 미중 갈등 '불씨'
8년 전과 달리 맞서는 중국
미중갈등 장기화에 대비해야

우리에게 '불씨(煨)'라는 단어는 대체로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전쟁의 불씨, 재난의 불씨, 충돌의 불씨처럼 위기감을 조성하는 단어들과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인류 역사에서도 무심코 지나친 갈등의 불씨가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고,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오늘날 국제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로 평가되는 미중관계 역시 다양한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는 대만 문제가 대표적 갈등의 불씨였다면, 이번에는 트럼프의 귀환과 동시에 미중 무역전쟁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전 예고한 대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전면적 관세 부과를 실행에 옮겼고, 중국도 즉각 보복관세를 단행하며 핵심 광물자원의 대미 수출을 금지했다. 보복조치 시행까지 일주일간의 시간이 있었지만, 양국은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이자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 국방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미중 간 충돌은, 코로나 팬데믹에서 겨우 벗어난 세계 경제를 다시 불확실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트럼프가 취임하자마자 관세를 무기로 중국을 압박한 것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자국 경제를 보호하려는 의도를 반영한다. 미국은 이미 세계 1위 제조업 국가의 지위를 중국에 내준 지 오래이며, 지난해 대중 무역적자는 2,945억 달러에 달했다. 트럼프의 대중 관세 정책은 자유무역에 대한 불만과 좌절감을 느끼는 미국 내 일부 지역의 민심을 자극하며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동시에 관세를 지렛대로 삼아 향후 중국과의 더 큰 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관세 인상이 양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성장까지 발목 잡는 '산불'로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이라도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상징적 양보를 한다면 극적 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이는 살아난 불씨를 일시적으로 '진화(鎭火)'하는 것에 불과하다. 근본적 대결 구도가 바뀌지 않는 한, 미중 무역전쟁의 불씨는 계속해서 타오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전략은 단순한 무역 문제를 넘어선다. 그것은 중국의 발전을 견제하고, 미국의 패권에 대한 도전을 무력화하며, 궁극적으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에게 중국은 단순한 경제적 라이벌이 아니라 정치·군사적으로도 가장 큰 위협이며, 트럼프 진영은 중국을 '적'으로 간주한다. 미국이 중국과의 갈등을 멕시코나 캐나다와의 무역 갈등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루는 이유다. 트럼프가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한 것은 본격적인 대중 압박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도 미국의 강경 조치에 즉각적이고 공격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이번 무역전쟁에서 미국 압박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려 하며, 마치 트럼프에게 "당신이 상대해야 할 2025년의 중국은 2017년의 중국이 아니며, 과거의 시진핑도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듯하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타격은 중국이 더 클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수입액의 두 배를 넘어서며, 핵심 기술과 국제 공급망에서도 중국이 미국에 더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진핑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미중 갈등의 불씨를 완전히 '소화(消火)'할 수는 없다. 미국이 전략적으로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한, 무역전쟁의 불씨는 더욱 '열화(烈火)'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 불씨가 단기간에 사그라들지 않을 것임을 직시해야 하며, 무역전쟁 불꽃이 우리 경제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등 실효성 있는 협상 카드를 마련하고, 대미 흑자 관리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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