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 철강서 못 막으면 또 터져"… 일본의 방어 카드는?

입력
2025.02.13 21:00
미일 정상회담 사흘 뒤 철강 관세 발표
충격받은 日 "못 막으면 폭탄 또 맞아"
美 LNG 수입 확대 등 협상 카드 준비

일본 정부가 미국으로 수출되는 일본산 철강·알루미늄에 25% 추가 관세가 붙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관세 방어 카드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방안도 준비했다. 이번에 미국의 관세 장벽을 허물거나 낮추지 못하면 앞으로도 '제2, 제3의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13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달 12일 시행을 예고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 국가 목록에서 일본을 제외시키고자 대미 협상 준비에 착수했다. 전날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미국에 일본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면세 조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주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다뤄진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방안을 미국에 재차 제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 간 약속을 상기키시켜서 관세 부담을 덜어 보겠다는 전략이다. 회담 당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대일 무역 적자 규모를 줄이겠다고 약속하며 미국으로부터 LNG 수입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에탄올, 암모니아 등 다른 자원들도 더 많이 사 가겠다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미 1조 달러(약 1,456조 원) 투자라는 통 큰 선물도 안겼다. 일본 제품에 관세 폭탄을 던지지 않아도 미국이 대일 무역 적자를 메울 수 있다는 확실한 메시지였다. 일본이 대미 투자 세계 1위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본의 대미 직접 투자액은 7,833억 달러(약 1,134조 원)로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일본이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자 일본 정부는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정상회담을 마친 지 고작 사흘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뒤통수를 맞은 것이나 다름없다.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는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라며 "정상회담 때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립은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 부각됐다"고 평했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릴 카드를 철저하게 준비해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각오다. 트럼프 행정부 초기부터 대응에 실패하면 미국이 다른 품목들에도 줄줄이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압박 강도를 높여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연구원은 요미우리에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건 쉽지 않은 만큼 일본은 미국에 (대미 무역 적자를 줄일)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형태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