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술타기 꼼수'를 막기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을 앞둔 가운데, 정작 법 개정의 발단이 된 가수 김호중(34) 사건에선 사고 후 음주 여부에 대한 수사가 미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씨의 행적은 통상의 수법과 다른 측면이 있어, 2심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1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에 대한 3,500여 쪽 수사기록에서 술타기 수법 관련 조사 분량은 3쪽에 불과하다. 김씨를 상대로 뺑소니 후 추가 음주 정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경찰과 검찰을 합쳐 8차례 질문과 답이 오간 게 전부다.
경찰이 '편의점에서 산 술을 마셨냐'고 묻자, 김씨는 "500mL 맥주 4캔 중 1캔을 한 모금만 마셨다"고 답했다. 이후 술 종류나 음주 양에 대해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도수가 높은 술을 대량으로 마셔버리는 통상의 술타기 수법과는 다르게 답변했지만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것이다.
김씨 역시 자신에게 제기된 술타기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향후 음주 측정에 대비해 알리바이를 미리 만들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럴 것 같았으면 양주나 더 사가지고 많이 마셨을 것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맥주를 샀던 것은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매니저에게 건네기 위한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검찰 조사에선 사고 후 음주 여부에 대한 명시적 확인이 없었다. 수사 초기 진술이 계속 번복됐던 이유를 캐묻는 과정에서 김씨가 "아예 처음부터 나쁘게 마음먹었으면 편의점에서 술을 더 마셨을 것(인데 그러지 않았다)"이라고 말한 게 술타기 의혹 관련 내용의 전부였다.
수사 내용만 놓고 보면 도주 상태의 김씨가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알 수 없게 만들려고 술을 마셨다고 단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김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1심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맥주 구매 사실만 짚고 추가 음주 여부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12일 항소심 첫 공판을 앞두고 있는 김씨 측도 술타기 의혹을 쟁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 측은 "음주운전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건 검출된 알코올 수치가 극히 낮았기 때문인데도, 술타기 수법을 사용해 수사에 혼선을 준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해 5월 9일 밤 서울 강남구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중앙선을 침범해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이후 소속사 직원에게 허위 자수를 종용하는 등 범행을 숨기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사고 열흘 만에 범행을 시인했지만,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