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난 중동 향하는 K바이오… 보톡스 필두로 수출 계약 잇따라

입력
2025.02.06 18:04
미국 불확실성으로 신규 시장 필요
'아랍헬스 2025' 기업들 대거 참석
치매, 심혈관·대사질환 의료AI 주목
보툴리눔 톡신으로 미용의료 공략

국내 제약·바이오 및 의료기기 기업들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를 계기로 중동과 북아프리카(MENA) 시장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얼어붙었던 중동 정세가 해동 기미를 보이자 발 빠르게 신흥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규 시장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아랍헬스 2025'에 국내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아랍헬스는 세계 180개국 3,400여 개 기업과 10만 명 이상의 주요 바이어가 참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헬스케어 박람회 중 하나다.

올해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운영한 공동 전시관에 리브스메드, 킴스바이오, 에이치엔티메디칼, 레메디, 메디허브, 카이미, 다인메디컬, 엘엔로보틱스의 8개 의료기기 기업이 참여했다. 황성은 보건산업진흥원 단장은 "40여 개국 파트너들과 상담액 2,007만 달러, 수출 계약액 417만 달러, 업무협약 3건 성과를 올렸다"며 “K의료기기가 해외 의료 현장에 폭넓게 활용되도록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선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뉴로핏은 올해 처음 행사장에 부스를 마련하고 치매 치료 관련 뇌영상 분석 제품들을 선보였다. 메디웨일은 영국 파트너 웰벡헬스파트너스를 통해 통해 망막 기반 심혈관·대사질환 예측 AI 기술을 발표했다. 이 밖에도 노을, 닥터눈, 뷰노 등도 AI 소프트웨어 제품을 선보였다.

올해는 중동 지역 미용의료 공략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대웅제약은 신청 2년여 만에 중동 최대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국내 보툴리눔 톡신 최초로 허가를 획득했다. 지난달 현지 의사 대상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본격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휴젤도 지난달 UAE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허가를 받아 상반기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휴젤은 중동·북아프리카 주요 지역에 영업망을 구축한 메디카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메디톡스는 국내 기업 최초로 두바이 현지에 보툴리눔 톡신 생산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투자계약의향서 체결 후 현재 본계약 협상 중으로 알려져 있다.

중동 시장 안정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의약품, 의료기기 수출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북아프리카 16개국(이집트, 리비아, 시리아, 알제리, 이란, 모로코, 요르단, 튀니지, 바레인, 오만,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UAE, 이라크, 예멘) 대상 의약품 수출액은 4,630만 달러로 전년(4,423만 달러)에서 4.7% 증가했다. 2022년(5,037만 달러) 후 감소했다가 반등한 것이다. 의료기기도 마찬가지로 2022년 이후 하락세에서 반등해 지난해 수출액이 1억3,897만 달러로 전년보다 5.4%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변화가 극심한 시장은 신규 진출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전쟁 기간에도 진출을 타진해왔던 중동·북아프리카에서 정세가 안정되자 발 빠르게 사업이 실행되고 있다"며 "미용의료, 유전자 진단, 의료 관광, 공공보건 등 정부 주도로 수요가 뚜렷한 분야부터 국내 기업 진출에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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