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온탕 오가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미중 경쟁 속 한국 산업 중요성 강조해야"

입력
2025.0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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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는 진짜 협상 위한 벼랑 끝 수단"
"트럼프가 진짜 원하는 목적 찾아야"
"대만·유럽·일본도 위기는 마찬가지"
"반도체서 앞선 韓, 상대적 협상 유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 시행을 하루 앞둔 3일(현지시간) 전격 유예를 발표하자 우리 기업들은 혼란에 빠졌다. 두 나라에 생산 기지를 둔 기업들은 일단 발등의 불을 끈 셈이지만 냉탕 온탕을 오가는 관세 정책이 반복되면 불안정성이 커 글로벌 공급망 검토 등 장기적 그림을 그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철강 등 부문별로 관세를 부과한다고 예고했는데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각 관세 정책을 통해 거두려는 진짜 실리가 무엇인지 내막을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4일 멕시코·캐나다에 생산 기지를 둔 국내 한 수출 기업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보류 발표에 "검토 시나리오 중 하나로 준비한 대로 미국 수출 물량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흥적인 데다 상대를 원하는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벼랑 끝 대치도 마다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정을 미뤄 볼 때 충분히 예견된 정책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정책 적용) 몇 시간을 남겨두고 보류할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며 "당장의 관세 부담은 덜었지만 이런 발표가 되풀이되면 미국이 언제까지 관세 유예를 이어갈지 알 수 없어 장기적 기업 운영에는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철강 등 산업 부문별 관세 부과 의지를 밝힌 상태라 일촉즉발 수준인 관세 전쟁의 위기감이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이현익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트럼프의 관세 조치는 크게 ①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 ②세입 증가 ③국방 등 다른 외교 협상의 무기용으로 쓰이고 있다"며 "멕시코·캐나다 관세는 ①미국 내 공산품의 수출 기지화 ②세입 증가 ③불법 이민과 마약 단속을 위한 외교 협상 카드인데 이런 패턴은 임기 내내 반복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철강 관세 정책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미국 내 생산 기지를 늘려 고용과 세금을 늘리고 대(對)중국 반도체 통제 등 협상의 카드로 쓰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젠슨 황 만난 뒤 "반도체에도 관세" 예고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각 관세 정책의 진짜 목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메모리 반도체는 대체 국가가 적어 관세 인상이 곧 미국 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대표적 품목"이라며 "자살골과 같은 반도체 관세 인상이 무엇을 겨눈 것인지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관세 인상의 명분으로 내건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 촉진을 위한 것인지 대선 기간 민주당에 후원금 96%를 몰아준 엔비디아 길들이기를 위한 행보인지 중국의 정보기술(IT)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국내 반도체 산업은 관세 부과 조치로 장기적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대만, 유럽, 일본도 마찬가지라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놓고 볼 때 종합 반도체회사 2개를 가진 한국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협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딥시크 쇼크로 인해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동맹 전략으로 한국은 매력적 선택지일 수 있다는 점을 돋보이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