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측이 어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4차 변론에서 비상입법기구 설립을 담은 ‘최상목 쪽지’를 모른다고 잡아뗐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고 한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와 중요임무 종사 피의자가 함께 입을 맞춰,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마저 부인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 측은 국헌문란 목적(내란죄 요건)을 입증할 핵심 증거인 ‘최상목 쪽지’에 대해 “모르는 서면”이라며 증거 채택에 반발했다. 쪽지에는 △예비비 신속 확보 △국회에 자금 차단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내용이 들어가 있다. 대체 입법기구로 국회를 무력화(국헌문란)하며, 별도 예산까지 편성해 계엄을 장기간 이어가려는 의도가 드러난 문건이다. 윤 대통령 관여 사실이 밝혀지면, 내란 의도를 어렵지 않게 입증할 수 있는 증거다.
증인으로 나온 김 전 장관은 문건을 자신이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정 부처 장관이 대통령도 거치지 않고 타 부처 사항을 독단적으로 작성해 배포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더구나 서열이 낮은 장관이 부총리에게 구체적 지시를 전달한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대통령이 사전에 재가나 용인하지 않았다면, 당사자에게 전달될 수 없는 성격의 문건인 것이다.
김 전 장관도 어처구니없는 주장으로 윤 대통령을 감쌌다. 그는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출동 당시) 국회에서 의원을 빼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지호 경찰청장도 윤 대통령으로부터 ‘의원 체포’ 지시를 받았고 곽 전 사령관 자신이 ‘의원’이라고 주장하는데도, 김 전 장관만 엉뚱한 해석을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이후 스스로 책임이란 걸 져 본 적이 없다. 객관적 사실과 다수 증언 앞에서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만 했다. 집무실 책상에 붙인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명패는 보여주기용 액세서리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