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극우로 평가받지만, 원래는 민주당 지지자였다. 지난 대선 때 공화당에 2억7,700만 달러(약 4,000억 원)를 기부하며 ‘킹메이커’가 됐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는 등 최고 실세가 됐다. 불법이민 반대, 총기 소유 찬성 의사를 밝히고 유럽 극우 정당을 공개 지지하는 등 ‘극단주의의 선봉장’이 됐다.
□머스크를 바라보는 미국 내 여론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지난해 12월 실시한 퀴니피악대 여론조사 결과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데 부정적 응답이 과반을 차지했다. 극우 성향 발언에 대한 반감이 컸다.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동시에 기대를 건다는 응답도 40%에 달했다. 머스크가 진보 의제인 기후위기 대응 등에 적극 찬성해 왔고, 테슬라·스페이스X를 경영하면서 보여준 혁신과 변화를 미국 사회 전반에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기대다.
□머스크를 향한 미국 국민의 양가 감정은, 국가 지도자에게 바라는 최고의 덕목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민주주의’와 ‘경제’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보인다. 머스크의 강점은 경제다. 인공지능(AI)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AI시대는 “보편적 기본소득”을 넘어 “보편적 고소득”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머스크의 비전에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나타난 여론의 이상 현상도 결국 지도자가 될 이들이 가진 국가적 비전에 대한 물음이 아닐까.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데도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이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앞섰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은 줄고 있다. ‘이재명은 안 된다’며 정치적 혐오·적대감에 기댄 '공포 마케팅'을 펴는 보수에서 답을 구하긴 어려워 보인다. 결국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경제를 다시 세울 비전을 내놓고 국론 통합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