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학기 교실 도입을 앞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두고 교육 현장의 우려가 쏟아졌다. 특히 각 시도교육감은 지방재정교부금으로 AI 교과서 구독료를 감당하는 게 가혹하다고 호소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17일 AI 교과서 검증 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AI 교과서의 실질적인 학습 효과와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질의가 집중적으로 나왔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천경호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경기 성남 보평초 교사)은 "AI 교과서가 학생이 교과 공부의 목적과 의미를 납득하는 과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천 회장은 "학생들이 학습 목적을 이해하는 건 교사와 학생 간 관계성 안에서 이뤄진다"며 "AI 교과서는 그런 관계성을 오히려 느슨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의 주장대로) AI 교과서가 낮은 학업성취도를 보이는 학생의 보습에 도움이 된다면 교과 보충 자료로 쓰는 게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시도 교육감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는 AI 교과서 구독료 등 비용을 국고가 아닌 지방재정교부금에서 부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구독료를 교육청이 감당해야 한다면 방법이 없어, 교육부에 선처를 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역시 "서책형 교과서는 권당 평균 1만 원이라고 하는데, AI 교과서 구독료는 9만~12만 원으로 약 10배 비싸다"며 "지방재정으로 부담하라는 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토로했다.
AI 교과서 검정 공고 발표 때 교과용 도서에 포함돼 있지 않아 절차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교육부는 2023년 8월 AI 교과서에 대한 검정 실시 공고를 냈다. 이후 같은 해 10월 대통령령인 교과용 도서 규정상 교과서의 범위에 '디지털 교과서'를 추가해 개정했다.
이에 대해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정 공고를 낸) 8월 당시 교과용 도서 규정에 적힌 '전자 저작물 등'은 'CD, DVD, USB 형태의 교과서'를 뜻한다"며 "여기에 AI 교과서가 포함되지 않아 10월에야 시행령을 개정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준혁 민주당 의원 역시 "현행 저작권법은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창작한 건 저작물로 보지 않는데, AI 교과서엔 AI 기술과 그에 따른 산출물이 포함돼 있다"며 "AI 교과서는 전자 저작물이라 보기 어려워, 검정 공고 당시 교과용 도서가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과용 도서 규정상 '전자 저작물 등'의 '등'에 AI 교과서도 포함할 수 있다고 보고 검정 공고를 냈다"고 해명했다. 이 외에 AI 교과서 도입이 졸속 추진된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2022년 개정 교육과정과 2028학년도 대입 체제가 맞물리는 올해가 맞춤형 교육을 적용할 적절한 시점"이라며 "여야가 AI 교과서가 도입에 합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AI 교과서 도입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국회에선 AI 교과서 법적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교육부는 AI 교과서의 '교과서' 지위는 유지해야 한다며 오는 21일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