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470일 만의 휴전 합의
입력
2025.01.16 18:30
기자
정리=박주영 blues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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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 회동'에도 급할 것 없다... '조기 대선' 노린 여야 네 탓 공방
여야정 국정협의회가 '빈손'으로 끝났지만 정치권은 느긋하다. 대신 네 탓 공방만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이중적 태도”라며 비판을 퍼부었고,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하자는 정책에 반대만 한다”고 맞받았다.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여야는 정책 주도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경계심이 가득하다. 민생 성과를 내기보다 상대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반도체 특별법과 연금개혁에 있어 입법권력을 독점하는 민주당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여야정 협의회의 실무협의에서 국민께 실망이 아닌 성과를 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전날 회동이 성과 없이 끝난 책임을 민주당에 떠넘겼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이거 안 되고 저거 안 되고 이러지 마시고,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이렇게 좀 포지티브(긍정적)하고 능동적으로 나와 달라”며 “국정에 대해 아무 정책을 내지 않고 야당이 하자는 것을 반대만 하면 그게 무슨 여당인가”라고 반박했다. 전날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반도체 특별법 논의가 겉돌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주52시간 예외 조항'에 대한 3년 한시적 도입을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노동계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거부했다. 민주당이 제안한 '반도체 인프라·세제지원 우선 통과'는 여당이 제동을 걸었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두고도 필요성만 공감할 뿐 시기와 규모를 확정하지 못했다. 조기 대선을 머릿속에 둔 여야가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기에 수월한 대치 국면을 선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추가 실무협의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날까지 실무협의 구성과 일정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여야 간 대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사실 다수당인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모든 법을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추경이라도 빨리 통과시키려 하는데 국민의힘이 사사건건 반대하고 있다”면서 “실무협의 날짜를 제안하더라도 여당이 받을지 미지수”라고 고개를 저었다. 여야 대치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연금개혁 방안을 논의했지만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여야는 현행 9%인 보험료율(내는 돈)을 13%로 높이는 것에 별 이견이 없다. 다만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두고 1%포인트에 불과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연금개혁 논의가 지연되면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가닥을 탈 수 있는 것만이라도 정리하겠다”며 민주당 단독 통과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연금개혁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전망은 불투명하다.
딥시크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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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등장이요? AI 보급에 자극이고 HBM에 기회죠"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의 낙관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회장을 맡고 있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인공지능(AI)이 진화하면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면서 "반도체 산업의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곽 사장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을 통해 공개한 게시물에서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 2025' 참가 소회를 밝히며 이렇게 적었다. 곽 사장은 "AI가 진화를 거듭하는 가운데 반도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건 명백하다"면서 "이번 행사의 주제도 AI 시대에 혁신을 주도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의 의무를 강조하고 첨단 기술을 발전시킬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고 짚었다. 곽 사장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 자격으로 19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5 부대 행사 '리더십 디너'에서 국제 경제와 국가 안보에서 반도체가 맡은 역할을 연설했다. 그는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AI 모델 등장에 따른 영향에 관한 질문을 받고 "그런 류(저가형 AI 모델)의 시도가 많이 나오면 결과적으로 AI 보급에 자극제가 될 것"이라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반도체 쪽으로는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2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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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동분서주 최태원 "조선·에너지 등에서 전략적 협력으로 한미가 시너지 내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이끄는 민간 경제사절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 후 처음으로 워싱턴을 방문해 행정부·의회 관계자들을 두루 접촉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날을 세운 가운데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방안으로 '전략적 산업 협력' 카드를 흔들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사절단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만나 조선·에너지·원자력·반도체·자동차·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6대 분야에서 한미 두 나라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를 들은 백악관 관계자는 사절단 측에 "대통령 취임 이후 20회 넘게 경제사절단을 만났는데 이번 한국의 민간 사절단과의 논의가 가장 생산적이었다"며 관심을 보이고 추가 논의 가능성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절단은 20일에는 미국 재무부 관계자와 면담해 전략적 협력이 이어질 경우 금융 기능의 활성화와 거시 경제 안정, 투자 여건 조성 등을 요청했다. 미국 정가와는 19일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의 밤' 행사를 통해 교류했다. 이 행사엔 한미 기업인과 미국 의회 상·하원의원, 주지사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사절단이 미국 측 누구와 만났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최 회장은 '한미 비즈니스의 밤' 환영사를 통해 "지난 세기 안보를 넘어 경제 동맹으로 발전해 온 양국 관계는 이제 첨단 기술과 미래 가치를 선도하는 파트너십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측 축사를 맡은 맷 머레이 미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대사는 "한미 관계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으로 무역과 투자의 양적 거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27년 만의 의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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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겠다" "4년 뒤에"... 국방부, '병역 미필' 사직 전공의 난감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으로 사직한 전공의 가운데 병역의무를 마치지 않은 미필자 문제로 국방부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매년 1,000명가량의 전공의가 입대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군복무 희망자가 3배 이상 늘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처지다. 이에 국방부는 규정을 바꿔 시간을 두고 이들을 최대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군대에 가겠다는 전공의들은 22일 집회를 예고하며 강경대응으로 맞섰다. 국방부는 의무사관후보생 가운데 입영하지 못한 사직 전공의들은 앞으로 4년 동안 순차적으로 군의관(현역 장교)이나 공중보건의(보충역)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게 되며, 일반 병사로의 전환 복무는 불가능하다고 21일 밝혔다. 현행 병역법상 전공의는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만 군복무를 마칠 수 있다. 지난해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에 항의하며 3,300명이 수련의료기관에서 퇴직하면서 올해 한꺼번에 입영대상자가 됐다. 이들은 원래 2028년까지 차례로 입영할 예정이었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앞으로 4년 뒤에야 군에 갈 수 있는 것이다. 병역 의무자는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면허 취득 후 수련기관과 인턴으로 계약하면 의무사관후보생에 편입된다. 이후 수련과정(인턴·레지던트)을 마칠 때까지 입영을 유예한 뒤 의무장교로 복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문제는 현행법상 의무사관후보생으로 한 번 편입되면 병사로 군복무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중보건의를 늘리는 건 향후 우려되는 의료공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할 사안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공중보건의 수요는 많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올해 숫자를 확 늘려 배치할 경우 내년부터 입영할 수 있는 군의관이 그만큼 줄어드는 구조다.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셈이다. 국방부와 병무청은 난감한 처지다. 그렇다고 법을 흔들거나 의무사관후보생에게만 예외를 둘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매년 의무사관후보생 중 무작위로 선발해 600∼700명을 군의관으로 배치하고, 나머지 200∼300명을 보충역으로 편입해 지역의료기관에서 공보의로 근무하도록 해왔다"며 "이처럼 연간 병역의무를 이행하게 되는 의무사관후보생은 통상 1,000명 남짓이었는데 지난해 초유의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올해 입영대상자는 3배 이상 급작스럽게 늘어난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에 국방부는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선발되지 못하고 입영 대기하는 의무사관후보생을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해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무·수의 장교의 선발 및 입영 등에 관한 훈령' 개정안을 지난 10일 입법예고했다. 그러자 앞으로 최대 4년간 수련도 못 하고 군복무도 못 하게 된 사직 전공의들은 '국방부가 임의로 입영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라고 반발하며 국방부 앞에서 22일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그간 없었던 '입영 대기자'에 대한 명칭만 새로 생겼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입영 공급이 수요를 월등히 넘어선 경우가 사실상 처음이라 그에 맞춘 변화라는 것이다. 아울러 군의관 선발 방식에 대해 "(징집 유예가 불가능한) 33세에 도달한 의무사관후보생이 우선 입영하고, 지난해 11월 '입영 의향 조사'에 응한 대상자의 의사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