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대표하는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의 한국 진출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찌감치 자국 내수 시장을 장악한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앞다퉈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중국의 자동차 공세가 올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HMG경영연구원의 양진수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은 15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신년 세미나 발표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영향력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의 한국 진출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고 진단했다. BYD가 중국에서 원가를 줄이면서 가격 경쟁력을 얻은 것을 감안할 때 우리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위기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BYD는 16일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을 알리는 출범 행사를 연다.
양 실장은 "중국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지 않다는 점에 얽매여 BYD의 영향력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며 "BYD가 한국 소비자들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인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로봇 청소기 점유율 1위 기업 중국 로보락의 국내 시장 진출로 LG전자 등 국내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빼앗긴 사례를 지적하며 "자동차 쪽에서도 그런 사례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내수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신에너지차(NEV)를 앞세운 중국 기업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60%를 웃돈다. 원가 절감에서 오는 가격 경쟁력과 혁신 기술 등을 보유한 결과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판매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 자동차 수출은 2023년 전통적 자동차 강국 독일과 일본을 추월한 뒤 격차를 벌리고 있다. 2024년 1~11월 기준 중국의 완성차 수출은 535만 대로 독일(298만 대)과 일본(382만 대)을 멀찍이 따돌렸다. 양 실장은 "BYD를 비롯해 중국 기업들은 유럽과 신흥국 등 현지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며 "해외 현지 투자에 따라 글로벌 판매 기반이 지속적으로 강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