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왜 '자진 출석' 모양새 고집했나

입력
2025.01.15 18:00
혐의 부인해 자수 감경 해당 안 돼
48시간 인신 구속 회피 가능성도
"'잡혀줬다'는 의미로 '자진 출석'"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 직전까지 자진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자수 감경을 노린 계산된 입장으로 해석하지만 윤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가능성은 낮다. 그보다는 구속을 피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가까워 보인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15일 오전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현재 체포당하신 건 아니고 경호처 직원들과 경찰 간 충돌이 나면 큰일이니 어쩔 수 없이 자진 출석하는 쪽으로 공수처와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9일에는 자진 출석 의사를 묻는 말에 "답변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했지만, 체포 직전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하지만 공수처에서 "자진 출석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이날 오전 10시 33분 체포됐다.

윤 대통령이 자진 출석을 고집하자 '자수 감경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형법은 "죄를 지은 후 수사기관에 자수한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자수 감경을 받으려면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쳐야 한다. 대법원은 1994년 "자수를 형의 감경사유로 삼는 주된 이유는 범인이 죄를 뉘우치고 있다는 점에 있으므로, 범죄사실을 부인하거나 뉘우침이 없는 자수는 진정한 자수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자수 감경 전략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와 변호인단 입장문,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 등을 통해 일관되게 '합법 계엄'을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체포 직후 공개한 자필 입장문에서도 "국민 주권이 위기 상황임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계신 국민들께 (계엄으로) 상황의 위급함을 알리고자 했다.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고 밝혔다.

"자진 출석으론 인신 구속 근거 없어져"

윤 대통령이 자진 출석을 통해 구속을 피하려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절대로 자진 출석 형태로 진행하면 안 된다. 윤 대통령을 강제로 인신 구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체포되면 48시간 동안 피의자를 강제수사할 수 있지만, 자진 출석하면 피의자를 잡아둘 근거가 없다.

윤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자진 출석을 고집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윤제 명지대 법대 교수는 "윤 대통령이 '잡힌 게 아니고 잡혀준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자진 출석을 강조한 것일 뿐, 법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체포가 임박한 상황에서 강제로 끌려나오기보다는 지지층에게 의연하게 자진 출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면서 "공수처로 이동하면서 호송차가 아니라 경호차량을 이용한 것도 현직 대통령이란 점을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