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尹 "차라리 구속영장을" 속내는… 기만 전술? 믿는 구석?

입력
2025.01.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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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처 균열' 속 체포 임박, 구속영장 재차 제안
①수사권 ②혐의 소명 ③도주 따지는 영장심사
체포 ·압송·구속보다 "해볼 만하다" 판단 깔린 듯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윤 대통령 측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응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대통령경호처를 향해선 "불법 영장을 집행하는 경찰관은 체포할 수 있다"고 독려하고 있지만, 수사기관에는 '구속영장 청구' 카드를 내미는 양면 전술을 쓰고 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을 이끄는 윤갑근 변호사는 14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에게는 사법 절차의 불법성에 대해 대응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윤 변호사는 전날 경호처 직원들을 직접 만나 "경호처는 불법영장으로 관저에 진입하는 경찰관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사 항전' 의지를 재차 밝힌 셈이다.

물리적 충돌 우려가 짙어진 상황에서 윤 대통령 측이 꺼낸 협상 카드는 '구속영장 청구'가 사실상 유일하다. 윤 변호사는 "조사가 충분하면 (불구속) 기소를 하고, 조사가 부족해 증거 확보가 충분치 못하면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는 게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이달 7일 이후부터 이런 입장을 견지했다.

윤 대통령 측의 구속영장 청구 제안은 어떻게든 체포는 피해보려는 '시간 끌기 전략'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경호 등을 이유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할 수 있고, 구속영장 집행에도 불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윤 대통령 입장에선 체포·압송보다는 구속영장이 그나마 기사회생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법원이 윤 대통령 손을 들어줄 경우 단번에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한 서울서부지법과는 다른 판단을 내놓을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1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은 경찰관 범죄의 관련 사건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놨다. ①검찰은 경찰관의 모든 범죄를 수사할 수 있으므로 ②조지호 경찰청장 등의 공범인 김 전 장관 등을 수사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공수처는 '직권남용과 관련된 범죄'로 윤 대통령 내란 혐의를 겨누고 있기 때문에 "수사권이 없다"는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려면 체포영장보다 더 높은 수준의 혐의 입증이 필요한 점도 윤 대통령이 '믿는 구석'으로 보인다. '출석 불응'이나 '불응할 우려'만으로도 발부되는 체포영장과 달리, 구속영장은 '범죄 혐의가 소명돼야' 발부된다. 불법계엄 사건의 핵심 피의자들이 모두 윤 대통령 공범으로 구속기소됐지만, 수사 주체는 검찰이었다. 공수처는 2021년 출범 이후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피의자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수사 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된 상태다. 법원이 현직 대통령인 윤 대통령에 대해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체포영장이 이미 발부됐기 때문에 공수처가 윤 대통령 측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제 와서 체포영장 집행을 포기한다면 형사사법체계의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이르면 15일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정당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데 대한 법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체포영장 집행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