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안 되면 칼로"... 경호처에 尹 무력 지시 여부 진상 밝혀야

입력
2025.01.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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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경호처 간부들에게 무기 등 무력 사용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경호처 현직 직원의 증원도 잇따른다. 사실이라면 ‘2차 내란’이라 할 법한 끔찍한 일이다.

윤 의원이 익명 제보를 인용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꽤 구체적이다. 윤 의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0일 경호처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 및 이광우 경호본부장과 오찬을 한 데 이어 12일엔 핵심 부장 4명을 추가해 또다시 회동을 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나를 체포하려고 접근하는 경찰들에게 총은 안 되더라도 칼이라도 휴대해 무조건 막으라”고 지시했다는 게 윤 의원 주장이다. 앞서 한 언론은 윤 대통령의 이런 무력 사용 지시가 전달된 김 차장 주재 중간간부 회의에서 “직원들을 범죄자로 만들 것이냐”는 등의 반발과 성토가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경호처 특수팀(CAT) 요원들이 소총 가방으로 보이는 배낭을 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 모든 게 “가짜 뉴스”라고 주장한다. 무기 사용 지시와 관련해서는 “적법한 직무수행을 강조했을 뿐”이라고 했고, 특수팀의 소총 가방 사진은 “정상적 근무 모습을 총기 소지로 둔갑시킨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계엄 사태 이후 줄곧 거짓 대응을 일삼아온 윤 대통령 측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다. 만약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에 위법적 불응을 넘어 경호처에 무력 사용을 지시한 게 사실이라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양 기관의 물리적 충돌로 인한 불상사가 있어선 안 된다"고 제3자적 당위론만 내세워선 안 된다. 현직 대통령이 본인의 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공권력 간 유혈 충돌을 사주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직무 정지된 대통령이 매일같이 경호처 간부들과 오찬 회동을 할 권한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한 경호처 직원은 “경호처 직원들뿐 아니라 체포영장을 재집행하는 경찰들도 한 가정의 가장이나 누군가의 자랑스러운 아들과 딸”이라는 절절한 문자 메시지를 윤 의원에게 보냈다고 한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피와 생명을 방패막 삼아 지지층 결집을 노린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중대 범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