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북풍 공작' 의혹 외환죄 적용 가능할까... 법조계 의견은

입력
2025.01.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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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노상원 수첩의 'NLL 북 공격 유도'
새 특검법 수사 범위에 명시돼 갑론을박
'군사상 이익 해하는 행위'로 볼지가 관건
북한을 '외국' '적국'으로 간주할 지도 쟁점

야당에서 재발의한 '내란 특별검사법' 수사 대상에 외환죄가 추가되면서 법조계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12·3 불법계엄에 앞서 '북풍 공작'이 있었다는 의혹의 전모를 밝혀내자는 게 특검법 취지지만 외환죄 적용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수사를 통해 사실 여부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외환죄 역시 내란죄처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13일 더불어민주당 등이 발의한 '윤석열 정부의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보면 △해외분쟁지역 파병 △대북확성기 가동 △대북전단 살포 대폭 확대 △무인기 평양 침투 △북한의 오물풍선 원점 타격 △북방한계선(NLL)에서의 북한의 공격 유도 등을 통해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유도하거나 야기하려고 한 혐의'가 수사 범위로 명시됐다.

외환죄 논란은 민간인 신분으로 계엄 모의에 가담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으로 불거졌다. 수첩에는 'NLL에서 북의 공격 유도'와 같은 자필 메모가 등장한다. 헌법상 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있을 때 선포할 수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의도적으로 '비상 사태'를 조성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해 10월 평양 무인기 침투 및 대북전단 살포 역시 순수한 정책적 결정이 아니라 계엄을 선포하기 위한 '정지 작업'이란 해석도 나왔다.

김 전 장관 등 군경 지휘부 9명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내란죄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외환죄 수사 착수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10일 노 전 사령관을 기소하면서도 그의 수첩이 계엄과 직접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했다.

야당에선 외환죄 중 이번 사안에 적용 가능한 혐의로 형법 제92조(외환유치죄) 또는 제99조(일반이적죄)를 꼽고 있다. 외국과 통모해 전투행위를 개시하거나 항적한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게 외환유치죄다. 일반이적죄는 우리나라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한다. 이를 준비하거나 음모 단계에 그쳐도 처벌 대상이다.

문제는 외환죄 적용 여부를 둘러싼 쟁점이 다양한 데다 실제로 처벌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북한 공격을 유도하려 했다면 '군사상 이익을 해하는 행위'를 모의한 것으로 보고 일반이적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북한을 '외국' 또는 '적국'으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헌법상 우리나라는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반국가 단체'로 본다"며 "형법체계 안에서 북한을 외환죄 대상으로 적용하지 않는다는 게 다수 학설"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유치죄를 적용하려면 외국과 통모, 즉 계엄 세력이 북한 측과 사전에 내통했다는 사실까지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만으로는 북한과 쌍방 논의가 있었다고 볼 뚜렷한 근거가 없다.

'북풍 공작' 의혹이 실체가 있는지 규명해야 한다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북한의 도발을 유도해 실제 군사상 이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는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며 "구체적 죄목은 객관적 사실관계를 파악한 다음의 문제"라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 등 군사·정책적 대응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국방부는 이날 입장을 내고 "정상적인 군사활동과 조치를 두고 일각에선 지난 연말부터 계엄 상황과 결부시켜 지속적으로 '북풍 공작'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안보 불안을 야기하고 우리 군의 군사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위용성 기자
김혜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