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버티는 상황에 맞춰 "나는 보수층"이라는 응답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일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시위를 부추기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도화선으로 위기를 느낀 일부 지지층이 결집하는 모양새다. 다만 탄핵 국면이 지속될수록 윤 대통령 책임론이 커지고 불법성에 따른 한계가 더 명확히 드러나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본보가 한국갤럽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정치성향을 ‘보수’라고 응답한 경우는 윤 대통령 탄핵 직후인 지난해 12월 3주차에 265명(1,001명 대상 조사)에서 올 1월 2주차에는 330명(1,004명 대상 조사)으로 65명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진보’ 응답자 수는 355명에서 291명으로 줄었다.
4개 여론조사업체가 동시에 진행하는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도 마찬가지다. 1월 2주차 조사에서 보수 응답은 328명(1,000명 조사)으로 진보 응답(291명)보다 37명 더 많았다. 계엄 직전인 지난해 11월 3주차 조사에서 1,002명 중 283명이던 ‘보수’ 응답은 윤 대통령 탄핵 직후인 12월 3주차에는 276명으로 줄었지만 올해 들어 다시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체포영장 집행에 맞서 ‘더 밀리면 끝’이라고 판단한 지지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더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상대적으로 보수층은 뭉치고 진보층은 실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보수 결집 배경에는 위기의식이 있다”면서 “누가 봐도 도덕적·정치적으로 정당성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외면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지는 미지수이다. 수사와 탄핵심판을 앞둔 윤 대통령의 특수한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특히 불법대응을 고집해 정국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할수록 그 책임은 고스란히 윤 대통령이 져야 한다. 조귀동 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은 “여론조사에서 보수층 결집세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른 수준”이라며 “탄핵 이후 대선 국면을 생각하면 국민의힘의 대권주자들도 ‘강경한 탄핵 반대’를 외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관저 농성'을 속히 끝내고 수사에 응해야 보수세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지금은 지도자적인 희생 대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만 보여지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자신이 다 안고 가겠다'고 나서면서 결단을 내려야 보수층에도 명분이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 전국지표조사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