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 의원이 한국 극우 대변?... 미국 내 ‘한미동맹 위기론’ 실체 논란

입력
2025.01.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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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교민단체, 공화 영 김에 “망언·왜곡”
“탄핵 세력이 反동맹? 전광훈과 협력”
美 입장은 “우려 있지만, 동맹은 견고”

미국 내 한국 교민단체가 한국계인 영 김 미 연방 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을 격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수사 및 파면에 반대하는 한국 극우 세력을 편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체 없는 미국 내 ‘한미동맹 위기론’을 꾸미고 부풀려 윤 대통령 탄핵을 막는 데 합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개 상황을 보면 설득력이 없진 않다. 다만 한국 정권이 바뀌면 반(反)중국 전선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미국 정치권에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누가 한미동맹을 흔드나

미주 한인 유권자단체인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은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영 김 의원의 망언과 왜곡으로 가득한 6일 자 더힐(미국 정치전문매체) 기고문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은 내란 수괴 윤석열과 한국 극우 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기고문 중 가장 문제가 된 대목은 “한국에서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이들을 포함한 정파들은 (한미) 동맹과 한국·미국·일본 3자 파트너십을 약화하려 노력해 왔다”라는 문장이다. KAPAC은 “이번 기고를 근거로 마치 이것이 미국 의회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입장인 것처럼 아전인수 격으로 왜곡하는 현 상황을 간과할 수 없다”며 “한미동맹을 흔든 세력은 내란 수괴 윤석열과 그의 공범·동조 세력”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의 해당 주장은 한국 극우 세력의 사주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게 KAPAC의 추측이다. 단체는 “김 의원과 전광훈(목사)을 비롯한 한국 극우 세력의 협력 여부가 심각하게 의심된다. 이에 대한 명백하고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식에 일리가 없지는 않다. 당초 윤 대통령의 12·3 불법 계엄 선포 사태 직후 미국이 표명한 불쾌감은 노골적이었다. 한미 정부 간 접촉도 줄줄이 취소됐다. 친(親)미국 사대주의는 한국 보수 진영의 오래된 구심점이기도 하다.

美엔 이재명보다 윤석열

그러나 계엄의 부당성과 한국 정권별 유불리에 대한 미국의 판단은 서로 별개다. 미국 의회 초당파 싱크탱크 의회조사국(CRS)은 지난달 23일 보고서에서 한국의 불법 계엄·대통령 탄핵 사태로 한미일 협력 등 윤 대통령이 추진해 온 외교 정책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하며, 그의 반중·친일 정책에 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거부감을 근거로 들었다. 민주당 집권 시 한미일 반중 연대의 이완 가능성은 여야를 막론한 미국 정치권의 걱정거리라는 뜻이다.

더욱이 3선인 김 의원은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위원장이다. 중국이 있는 동아태가 미국의 최대 지정학적 경쟁 지역인 만큼, 대표성과 무게감이 있는 자리다.

보수 성향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아시아태평양안보석좌는 11일 본보에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 잘 협력할 채비가 돼 있던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재촉은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 관점에서 재앙적 실책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기 대선 승리 시 출범할) 한국의 민주당 정부가 (친미·친일 대신) 미중 등거리 및 반일 정책을 채택한다면 미국 이익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염려했다. 그러면서도 “차기 한국 정부와 미국 간 정책적 차이는 결국 양국 공통 이익으로 봉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 발언(탄핵 주도 세력 비난)에 대한 한국 내 지나친 폄훼든, 과장된 동조든 모두 아전인수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 역시 ‘미국의 시각’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