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기준 금리 인하에도 꿈쩍 않던 시중은행들의 대출 가산금리가 낮아질 분위기다. 가장 먼저 신한은행이 인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르면 이번 주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최대 0.3%포인트 내린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 상품별 인하 폭은 주초에 확정된다. 대출금리는 은행채 금리·코픽스(COFIX) 등 준거금리에, 신용위험 프리미엄과 업무원가 등을 은행이 산정해 덧붙이는 '가산금리'로 구성된다.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폭증이 시작된 지난해 7월 이후 넉 달간 가산금리를 20차례 넘게 인상한 바 있다. 신한은행 역시 은행채 3년·5년물 금리를 지표로 삼는 가계대출 상품 금리를 0.05%포인트씩 올린 이후 꾸준히 가산금리를 높여왔다.
신한을 시작으로 다른 시중은행도 줄줄이 가산금리 인하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를 낮춘 경쟁 은행에 가계대출 수요를 뺏기고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연초가 되면서 은행권의 대출 목표치가 재설정돼 가계대출 영업에 나설 여지도 생겼다.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고 가계대출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진단도 은행들이 적절한 인하 시기를 고심하게 한다. 금융그룹 회장들은 신년사 등을 통해 공히 "시장 내 수요·공급에 맞추고 실수요자 중심의 원활한 자금공급을 위해 가산금리 인하를 검토·추진하겠다"며 방향 전환을 예고하기도 했다.
가계대출의 중심인 주담대 금리는 요지부동이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0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 만기)는 각각 연 3.830∼5.817%, 연 4.030∼5.580%다.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하단이 각각 0.26%포인트, 0.13%포인트 낮지만, 같은 기간 은행채 5년·1년물 지표금리의 하락 폭(0.303%포인트·0.395%포인트)에 크게 못 미친다. 가산금리가 떨어지지 않았던 탓이다.
지난해 10, 11월 기준금리가 두 차례(총 0.50%포인트) 인하되고 시장금리도 내려가는 사이 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예금(수신) 금리만 낮춰왔다. 은행의 수익성을 뜻하는 예대금리차(대출금리-저축성 수신금리)도 2023년 3월 이후 처음 1%포인트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과도한 이자 장사' 비난이 불거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