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공조수사본부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발부 엿새 째인 12일에도 집행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경찰은 1차 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대통령경호처 김성훈 차장에 대한 강제수사 채비에 나서는 등 경호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경호처 내부 분위기를 면밀히 살피며 2차 영장 집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김 차장의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이 전날인 11일 3차 출석 요청까지 거부하자 곧바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13일 결정될 전망이다. 경찰은 이광우 경비본부장에게 3차 출석 요구를 했고 이날 김신 가족부장에게도 14일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김 부장은 김건희 여사 경호를 맡은 실무 책임자로 김 차장, 이 본부장과 함께 경호처 내 '강경파'로 분류된다. 앞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경호처가 윤 대통령 체포를 결사 저지하고 있는 배경에는 '김건희 라인'이 있다며 "김성훈 차장, 이광우 본부장, 김신 부장"을 거론하기도 했다.
특수단의 첫 목표는 사임한 박종준 전 경호처장을 대신해 경호처를 지휘하고 있는 김 차장이다. 특수단은 김 차장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면 윤 대통령 영장 집행 당일 김 차장부터 먼저 체포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지난 3일 1차 집행 때 앞장서 저지선 구축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수사관들을 밀치는 등 물리적 충돌을 일으킨 그를 체포하면 경호처 방어막을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날 윤 대통령이 공수처에 변호인 선임계를 전격 제출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경호처 방어막이 없어지는 셈이니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에도 응할 수 있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특수단은 이 본부장 역시 최후통첩 성격을 띠는 13일 3차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신청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경호처 간부 중 가장 낮은 직급인(3급) 김 부장도 출석하지 않으면 계속 소환장을 보내 압박할 방침이다.
결국 경찰은 수뇌부를 공략해 경호처를 와해시키겠다는 포석이다. 일단 경호처 내부가 동요되는 정황은 감지된다. 박 전 처장이 10일과 11일, 이틀 연속 출석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도 11일 경찰에 나와 9시간 조사를 마쳤다. 특수단은 임의 제출 형태로 박 전 처장 휴대폰도 확보해 연락 내용과 경호처 동태를 살펴보고 있다. 앞서 전날엔 경호처 직원만 접근할 수 있는 내부망에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에 대해 협조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가 김 차장 지시로 삭제됐고, 이후 내부 동요가 크자 하루 만에 복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열린 경호처 간부급 회의에선 김 차장에 대한 직접적인 사퇴 요구도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 비호를 위해 경호처 직원을 볼모로 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경호처는 이 같은 발언을 한 부장급 간부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역시 흔들리는 경호처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을 향한 두 번째 영장 집행 시점은 경호처에 대한 수사 속도 및 경호처 내부 상황과 맞물려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