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다시 손에 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체포영장 1차 집행 때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를 지휘하며 수사기관을 막았던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사임했고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도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지휘부인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를 두고 ①경호처 내 단일대오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평가와 ②비교적 온건한 성향인 이들 대신 강경파가 경호처를 접수하게 돼 영장 집행을 더 공세적으로 방해할 것이라는 예측이 공존한다. 1차 체포영장 집행 무산 이후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였던 오동운 공수처장으로선 2차 집행을 앞두고 고심에 빠질 수 있는 대목이다.
오 처장은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의 집무실로 출근했다. 다만 공식적으로는 침묵을 이어갔다. 그는 오늘 체포영장을 집행하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청사로 들어갔다.
공수처는 지난 이틀 사이 새 변수를 만났다. 박 전 처장의 사직서가 수리돼 김 차장이 '처장 대행'을 맡게 됐고 경호처 간부인 이진하 본부장이 경찰의 2차 출석 요구에 응했다. 일단 공수처는 "영장 집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윤 대통령 체포의 성패는 동원 가능한 경찰력의 규모와 장비 등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경호를 맡은 조직 내부에 큰 변화가 생긴 건 고려해야 할 중대 변수다. 일각에서는 강경파로 알려진 김 차장이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 시 1차 때보다 더 강경하게 저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차장과 함께 경찰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이광우 본부장도 경호처 내 대표적 강경파로 분류된다.
반면 경호처 지휘 라인에 균열이 가면서 1차 집행 때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경호처 직원들이 동요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1차 영장 집행을 방해한 26명에 대해 신원을 확인해달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실무진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었다.
공수처와 경찰은 경호처 내부 분위기를 살피며 작전을 조율하고 있다. 2차 영장 집행 시기는 베일에 싸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