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체포 방해' 박종준 전 경호처장, 10시간 만에 경찰 재출석

입력
2025.01.11 10:46
전날 자정까지 조사 “성실히 임했고 소상히 설명”
경찰, 긴급체포 안 했지만 구속영장 신청은 검토

윤석열 대통령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박종준 경호처장이 11일 오전 경찰에 출석했다. 전날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조사 받은 뒤 귀가했다가 10시간 만에 다시 나온 것이다. 앞서 그는 경찰의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 세 번째 요구서를 받자 막판에 응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박 전 처장은 이날 오전 9시쯤부터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조사받고 있다. 그는 전날에도 경찰청에 출석해 13시간가량 장시간 조사를 받은 뒤 오후 11시 10분쯤 돌아갔다.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최대한 성실히 임하려고 노력했고 소상하게 설명해 드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박 전 처장에게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체포를 육탄으로 저지할 당시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체포 저지에 군 경호부대 사병을 동원하라는 지시를 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처장의 진술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그를 긴급체포하지 않았다. 형식적으로 조사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한 점, 조사 도중 사직서가 수리돼 전직 신분이 되면서 신병 확보의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다만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다.

완강했던 박 처장, 왜 경찰에 출석했나

수사기관의 법집행에 끝까지 버티려는 듯 했던 박 전 처장이 이틀 연속 경찰에 출석한 의도를 두고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그는 지난 5일 이례적으로 입장을 발표하며 "편법, 위법 논란 속에 진행되는 체포영장 집행에 대통령 경호처가 응한다는 건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유기"라고 강하게 발언했다.

우선 대규모 충돌 가능성 앞에서 심리적 부담감을 느꼈을 수 있다. 경찰은 체포영장 2차 집행을 앞두고 '경호처 지휘부 신속 체포'를 목표로 내걸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특히 박 처장이 3차 출석 요구에도 불응하고 영장 집행을 막는다면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방안도 고려했다. 박 처장은 10일 경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에 정부 기관 간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걱정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 기관들끼리 대치하고 충돌하는 상황에 국민의 걱정이 클 것으로 안다"며 "어떤 경우에도 물리적 충돌이나 유혈 사태가 일어나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수차례 전화해 정부 기관 간 중재를 건의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혀 다른 해석도 있다. 박 처장이 여론전의 중심에 서 윤 대통령 체포 시도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지지자 결집을 유도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 처장은 전날 출석 과정에서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충정을 강조했다. 특히 "체포영장 집행은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은 수사 절차가 아니다"라며 영장 집행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유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