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먹고 가세요" 길거리 곳곳 팻말... LA 화재 슬픔 달래는 연대의 손길
자연의 위력 앞에 사람이 기댈 건 역시 사람이었다. 화재가 무자비하게 휩쓸고 간 자리에는 '그럼에도 같이 살아보자'는 마음이 싹트고 있었다. 연대의 손길은 사람에게서만 멈추지 않았다. 동물들을 잿더미 속에서 구하고 돌보겠다는 봉사자들도 미국 각지에서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로 모여들고 있다. LA 서부 해변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시작된 팰리세이즈 산불과 동부 내륙의 이튼 산불이 발화 일주일째에 접어든 13일(현지시간). 산불 피해자 임시 대피소로 쓰이고 있는 LA 시내의 웨스트우드 레크리에이션센터 입구 옆에는 생수가 파란 천에 덮인 채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대피소 안에는 레고 등 장난감, 상비약과 밴드 등이 든 의료용품 꾸러미, 반려동물 사료 등이 보였고 "내일 낮 12시 대피소 앞에 무료 타코 트럭이 온다"고 알리는 공고문도 벽면에 붙어 있었다. 현장의 한 자원봉사자는 "모두 기부받은 것들"이라며 "자원봉사에 나선 이들도 많은데, 그중에는 본인도 화재로 집을 잃었음에도 다른 이들을 돕겠다고 나선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들은 대피소 밖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날 화재 피해가 가장 큰 알타데나와 퍼시픽 팰리세이즈 길거리 곳곳에는 무료로 음식과 물을 제공하니 들러달라는 내용의 팻말이 설치돼 있었다. 알타데나 거리에 '무료 음료 제공' 팻말을 세워 둔 한 카페 점원은 "지금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아예 집 앞에 음식물이 가득 든 상자를 내어놓은 이들도 이따금 보였다. LA 화재에 일상을 빼앗긴 건 사람뿐만이 아니다. 산에 거주하는 야생동물, 가족이 있었을 반려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을 위해 이날 알타데나에서는 눈에 띄는 노란 옷과 안전모, 마스크로 무장한 동물 구조사들이 폐허가 된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른 오전 샌프란시스코에서 LA로 날아왔다는 여성 봉사자 세 명은 "LA의 한 보호소에서 구조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올린 공고를 보고 주말까지 휴가를 내고 왔다"며 "안전하게 구조해 보호소로 데려가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화재 발발 이후 구조된 동물이 이미 수백 마리다. 이날 알타데나에서 가장 가까운 보호소인 패서디나 동물보호협회에는 이튼 화재로 거처를 잃거나 가족과 분리된 동물 400여 마리가 입소해 거주 중이었다. 강아지, 고양이부터 거북이, 새까지 종도 다양했다. 협회 선임 매니저 앨리사 스태너랜드는 "구조된 동물들은 상처 등을 치료한 뒤 가족을 찾아줄 예정이고, 화재 피해자들이 대피하는 동안 임시로 맡겨둔 동물들의 경우 대피 생활이 끝날 때까지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원봉사자 머피 벅은 "화재 이후 동물 임시보호를 자처한 봉사자 수가 1,000명을 넘었다"며 "슬픔을 나누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감동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