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올해 설에 귀향하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등 대형 사건 심리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행뿐 아니라 헌재 재판관과 연구관들 대부분이 주말을 반납하는 등 심리에 매진해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 대행은 최근 법조계 지인에게 "올 설에는 부산에 내려가지 않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매진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매년 명절마다 가족·친지들이 있는 부산을 방문했지만, 이번엔 장거리 귀향길에 다치거나 신변에 문제가 생길 경우 심리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자택에 머물거나 출근해 기록을 볼 계획이라고 한다.
문 대행 외 다른 재판관들도 설 당일을 제외하곤 근무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12월 9일 탄핵소추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이정미 당시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강일원 당시 주심 재판관은 이듬해 설 연휴 첫날부터 헌재로 출근해 기록을 검토했다. 다른 재판관들도 연휴를 반납하고 자택에 머물며 사건 기록을 들여다봤다.
재판관들은 개인적 사정도 심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형두 재판관은 부친상을 당한 이튿날인 지난달 26일 오전에도 출근해 재판관 회의에 참석했다.
주말 근무가 일상화한 지도 오래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재판관들이 주말, 휴일 상관없이 재택으로도 심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 외에도 탄핵심판 사건만 8건(심리 중단된 손준성 검사장 탄핵심판 제외)이 계류 중이고, '12·3 불법계엄' 관련 사건도 20여 건이 접수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헌재 외부에서 기록을 열람하기 위해 필요한 노트북 대여 경쟁도 치열해졌다. 일반 법원과 달리 헌재는 외부에서 사건 기록을 보려면 반드시 보안 처리된 별도의 노트북을 대여해야 한다. 재판관 8인을 비롯해 재판관 업무를 보좌하는 헌법연구관 50여 명 모두 재택 근무를 위해 해당 노트북이 필요한데, 사건이 폭주하면서 노트북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일단 윤 대통령 탄핵 사건 태스크포스(TF)에 배정된 연구관 위주로 노트북을 대여해주고 있다"며 "다른 사건을 맡은 연구관들은 기록을 검토하려면 어쩔 수 없이 주말에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본격화에 앞서 경비와 보안도 강화하고 있다. 경호를 고려해 지난 1일부터 재판관들의 출근길 취재가 중단됐고 외부에서 청사 내부를 볼 수 없도록 집무실은 모두 커튼과 블라인드로 가려졌다. 예기치 못한 소란을 막기 위해 변론기일의 일반 방청권 현장 배부도 중단했다.
선고가 임박하면 재판관 전원에 대해 24시간 근접경호도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무렵 헌재는 재판관 신변 보호를 위한 개별 경호를 경찰에 요청했다. 당시 경찰은 재판관 1명당 2, 3명씩 경찰을 투입하고, 청사 보안 강화를 위해 추가 인원을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