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수색 영장 집행 방안 수립을 위해 10일 지휘관들을 소집한 사실이 알려지며 윤 대통령 관저 앞은 긴장감이 한껏 고조됐다. 서울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2.2도까지 떨어진 매서운 한파에도 윤 대통령 지지자 집회가 온종일 계속 됐고, 탄핵 촉구 진영은 천막농성까지 돌입하는 모습이다.
신자유연대 등 강성 보수단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 대통령 관저 앞 차로 2개를 차지하고 '대통령 수호 집회'를 벌였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한겨울 장기전' 대비 체제를 구축했다. 7일 새로 발부된 체포·수색영장 유효기간이 끝날 때까지 윤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긴장감 속에 이들은 "대통령 엄호"를 외치며 길가 한 켠엔 텐트 등을 설치했다. 곳곳에 부스를 마련한 윤 대통령 수호 단체들은 참여자들에게 핫팩와 뜨끈한 커피를 나눠줬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사흘째 집회에 나왔다는 안모(43)씨는 "경호처가 어떻게 해서든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야 한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언제 체포를 시도할지 모르니 수시로 집회에 나올 것"이라 힘줘 말했다. 강성 지지 세력들은 애초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윤 대통령 측이 낸 영장 이의신청을 기각했으며, 다시 영장을 내어줘 수사 정당성을 확인한 건 전혀 받아들이질 않았다.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경찰의 세 번째 출석 요구를 수용해 이날 경찰청에 모습을 보인 데 이어 사직서까지 제출하면서 한때 보수 진영은 크게 술렁였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경호처의 임무를 수행했을 뿐인데 경찰이 편파적으로 수사한다"며 3일 1차 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박 처장을 두둔했다. 7세 아들을 데리고 집회에 나온 김부미(39)씨는 “(집행시) 유혈 사태를 방지하려고 경호처장이 출석한 게 아니겠냐"며 "대통령을 지켜야 하는데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반면,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진영에선 박 처장 책임을 따지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국민주권당의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강모(64)씨는 "법에 의해 자발적으로 조사 받는 게 맞다"면서 "법치 국가에선 법을 존중해야 하는데 공직자들이 이를 망각하고 부당한 권력에 기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 역시 방한용품과 장비를 실은 '온기 버스'를 가동하며 체포영장 집행을 기다리고 있다. 경남 김해에서 상경한 조모(64)씨는 "시민들이 지키는 법을 대통령이 무시하며 (관저에서 버티고) 있다"며 "늦어도 다음 주 초까지는 체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부터는 한국노총이 ‘정권 퇴진 촉구’ 대규모 집회를 열고 "윤석열을 체포하자"며 목청을 높였다.
이번 주말에도 서울 도심은 대규모 집회로 매우 혼잡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 탄핵 촉구 단체들은 11일 오후 4시 광화문 일대에서 3만 명 규모로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6차 범시민 총궐기대회' 집회를 열고 행진한다고 신고했다. 탄핵 반대 단체인 자유통일당은 광화문 일대 세종교차로~대한문에서 20만 명 규모로, 신자유연대는 한남동 북한남삼거리 인근에서 3,000명 규모로 집회를 연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도심권 세종대로 및 사직로, 용산권 한남대로 등 집회 장소 일대 교통정체가 예상된다"면서 "가급적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부득이 차량을 이용할 경우 교통정보를 미리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