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10일 경찰에 출석했다. 경찰의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 세 번째 출석 요구서를 받자 막판에 응한 것이다.
박 처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출석하며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은 수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 현재와 같은 체포영장 집행 방식 절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국격에 맞게 대통령에게 적절한 수사 절차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이 8일 기자회견에서 "전 국민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불법을 자행하면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일이야말로 내란"이라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 처장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영장이) 법리적으로 여러 이론이 있다"고 답했다. 법원이 지난 5일 윤 대통령 측의 체포·수색영장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하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반문에는 "(수사기관이 3일) 이미 체포영장을 집행한 후에 (법원에서) 기각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법기관에서 영장 적법성을 재확인한 뒤에도 박 처장은 관저에 영장 집행에 대한 저지선 구축을 강화했다. 이에 대해선 "수사 과정에서 서로 법리적 논쟁이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박 처장은 정부 기관 간 물리적 충돌에 대한 염려를 드러냈다. 그는 "정부 기관들끼리 대치하고 충돌하는 상황에 국민의 걱정이 클 것으로 안다"며 "어떤 경우에도 물리적 충돌이나 유혈 사태가 일어나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수차례 전화해 정부 기관 간 중재를 건의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경찰대 2기로 경찰청 차장까지 지냈던 박 처장은 앞서 두 차례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것에는 "변호인단 준비로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경찰이 친정인 제가 경찰 소환을 거부하고 수사받지 않는다면 국민 누가 경찰의 수사를 받겠느냐"며 "수사기관으로서 경찰 위상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처장은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관저에 200여 명의 '인간띠'와 가로로 세워진 버스 차벽 등 3단계에 걸친 저지선을 만들어 영장 집행을 막아 특수공무임무방해집행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