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앓던 부인 혼자 돌보다가 '간병살인' 80대… 징역 3년 확정

입력
2025.01.10 11:23
아내 상태 악화돼 홀로 감당 어려워 범행
법원 "성실히 부양·간병 한계 느껴" 참작

치매를 앓던 아내를 홀로 간호하다가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0대 노인에게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84)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2020년 7월부터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아내 B씨를 혼자 돌보며 지내왔다. 그러다 2022년 3월 아내의 인지·언어 능력이 크게 저하되면서 간병으로 인한 부담이 커졌다. 자녀들의 도움도 받지 못했던 A씨는 간병을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되자 아내를 살해할 마음을 갖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는 자녀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휴대폰을 통해 자살 방법 등을 여러 차례 검색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2023년 9월 독극물을 구매해 유서를 작성하고 범행에 나섰다. 독극물에 아내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1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지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고도 치매로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성실히 부양해왔고 고령으로 본인의 심신도 쇠약해져 간병에 한계를 느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고 자살하기로 마음먹었고 실제로 범행 직후 쥐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면서 "자녀들도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기억력 저하 등으로 수용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고인의 사정 등을 고려해 원심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근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