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사업팀 만들고 실버타운 짓는 생명보험사... 이유가 뭘까

입력
2025.01.10 17:00
9면
KB라이프, 연내 요양시설 3개 추가
업계 1위 삼성생명도 요양 사업 준비
종신보험 성장 둔화… 실버 시장 눈독
종신보험 가입자를 요양 시설 고객으로


성장세가 부진한 생명보험사가 새로운 먹거리로 요양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생명보험사는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요양, 간병, 재활을 보험과 연계하는 서비스로 빠르게 수요가 커지고 있는 실버 시장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10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 신한라이프, 하나생명, KDB생명 등 생보사는 요양시설 개소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3년 말 생명보험사 중 가장 먼저 요양시설 사업을 시작한 KB라이프는 올해 3개 도심형 요양시설을 추가로 개소할 예정이다. 신한라이프의 요양 사업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는 지난해 11월 경기 성남시에 '분당데이케어센터'를 개소한 데 이어 올해 경기 하남시, 2027년에는 서울 은평구에 실버타운을 연다. 하나생명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요양 사업 자회사 설립 안건을 의결했다. KDB생명도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부수 업무로 주간보호시설 개설과 운영을 추가했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은 올해 조직개편에서 요양 사업을 전담하는 '시니어리빙 태스크포스(TF)'를 '시니어 비즈(Biz)'팀으로 격상하며 본격적으로 요양시설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생보사가 이처럼 요양시설 사업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생명보험의 성장성이 크게 둔화한 것과 무관치 않다.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종신보험에 대한 수요가 예전만 같지 않은 것이 근본 문제다. 보험연구원은 올해 생명보험 시장은 올해 0.3%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고령화로 실버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실버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 168조원으로 133.3% 성장한다.

규제 환경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사망보험금을 유동화해 요양시설 입주권으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보험료 납입이 완료돼 유동화가 가능한 종신보험 계약 건수만 362만건에 달한다.

그동안 걸림돌이었던 요양시설 매입 문제도 해결될 조짐이 보인다. 현행법상 요양시설은 토지와 건물을 모두 법인 명의로 갖고 있어야 설립할 수 있어 초기 비용이 부담스럽다. 이에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수도권 등 요양시설 공급이 부족한 지역을 대상으로 규제 완화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 은퇴하면서 양질의 요양시설에 입소하려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며 "생보사 입장에선 기존 종신보험 고객을 대상으로 손쉽게 신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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