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이 이재명 당대표와 김영록 전남지사의 제주항공 참사 추모 공원 건립 계획을 작심 비판하고 나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은 9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제주항공 추모 공원 건립 계획에 대해 '본말전도'라고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그런데 이는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의 건의를 받은 이재명 당 대표가 김영록 전남지사에게 요청해 추진되는 사안이어서, 민주당 전남도당이 자당 대표와 도지사를 규탄하는 논평을 발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전남도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12·29 참사 원인 등 진상규명과 피해자 배상, 전남도 내 공항의 안전 강화 대책 수립이 최우선 돼야 하지만, 전남도의 ‘무안공항 추모 공원 조성’ 추진계획은 본말이 뒤바뀐 관 주도의 일방적 추진계획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참사는 국가와 지역사회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비극"이라며 "이를 기리는 추모 공간은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참사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충분한 피해자 배상과 지원 등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한 뒤에 희생자들과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하는 것이 순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은 무안공항 합동장례식장에 참석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면담 자리에서 적절한 시점에 합동 위령제를 개최하고 인근에 추모 공원을 건립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이 대표가 김영록 전남지사에게 "될 수 있으면 검토해달라"고 부탁했고, 김 지사는 지난 6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관련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460억 원을 투입, 무안공항 인근에 7만㎡ 규모 추모 공원을 건립하고 추모탑, 추모홀, 방문객 센터를 비롯해 유가족 위로를 위한 숲과 정원을 만들어 치유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방침이었다. 공원 조성에 필요한 예산은 국비 지원을 건의하고, 일부는 지방비로 충당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전남도당은 "실질적 위로와 재발 방지 대책보다는 거대한 시설물과 구체적 계획 없는 예산 추정"이라며 "희생자나 지역사회의 공감대 없이 관 주도로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고 이 경우 추모 공원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 "추모 공간이 피해 유가족들에게 진정한 치유 공간이 되려면 참사원인과 책임소재 등이 낱낱이 밝혀지고 이를 통해 충분한 피해자 배상과 지원, 재발 방지를 위한 항공 안전 강화 같은 본질적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며 "시설이 열악한 지역 내 공항들의 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채 보여주기식 외형적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이번 항공 참사 대책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비칠 것"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민주당 전남도당이 같은 당 대표와 도지사를 비판한 배경에 대해 성명을 낸 도당 대변인단 한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합의된 사안인 줄 모르고 별 생각 없이 이름을 같이 올린 것"이라며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전남도지사 선거를 겨냥한 논평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같은 당끼리 싸움을 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논평"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