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해 11·5 대선 승리로 사법 리스크를 털긴 했으나 '잔불'은 아직 남았다. 1·6 의사당 폭동 사태와 직결된 '2020년 대선 패배 뒤집기 시도' 사건 수사보고서 공개 문제다. 또 이미 배심원단 유죄 평결이 내려진 '성추문 입막음 돈(허시 머니) 지급' 사건의 형량도 취임식 열흘 전인 10일(현지시간)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직 수행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로선 '중범죄자' 꼬리표가 집권 2기 내내 아킬레스건처럼 따라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8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이날 애틀랜타 연방항소법원에 "잭 스미스 특별검사팀이 작성한 '대선 전복 시도' 수사보고서는 공개돼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제출했다. 2023년 8월 정부 기망 모의 등 4개 혐의로 트럼프를 기소한 사건의 세부 사항을 공익 및 알권리 차원에서 대중에게 알려 줘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스미스 특검이 기소한 또 하나의 사건, '백악관 기밀문건 유출·불법 보관' 혐의 관련 보고서는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이 상·하원 법사위원회 지도부에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피고인 두 명이 이미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NYT는 6일 이 사안과 관련, "보고서 초안에 '트럼프가 범죄를 설계했고, 범죄 음모의 수장이었다'는 문구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의 당선에 공소유지를 포기했지만, 법무부 규정에 따라 약 2년간의 수사 내용·결과를 정리한 최종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 공개 여부는 법무장관이 결정한다. 특히 대선 뒤집기 시도의 경우,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던 데다 트럼프를 미 역사상 최초의 '연방 기소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트럼프 측은 보고서 공개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펴 왔다. 변호인단은 "수사보고서 공개는 법적 근거가 없는 정치쇼"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공개 금지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플로리다주 연방 판사는 전날 '항소법원의 최종 판단 때까지 공개하지 말라'고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해당 판사는 트럼프 집권 1기 시절 임명된 보수 성향 법관이다.
'허시 머니' 사건 선고 연기를 위해서도 트럼프 측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대통령 취임 후 국정 운영 차질이 우려된다"며 판결을 보류해 달라고 1·2심 법원에 요청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애초 일정대로 뉴욕 맨해튼형사법원에서 10일 형량이 선고될 가능성이 커지자, '최후의 수단'으로 이날 연방대법원에까지 똑같은 신청서를 냈다. WP는 "취임 전 1심 판결이 나오면 트럼프는 '사상 첫 중범죄자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고 짚었다. 다만 담당 판사가 유죄 평결을 유지하되, 대통령직 수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징역형 선고는 배제하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여서 실질적 처벌은 없을 전망이다. '명예'의 문제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