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10개 가운데 6개는 원·달러 환율 1,300원대를 가정하고 올해 사업 계획을 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정을 벗어난 최근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 조달·해외 투자 비용 등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최근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 대기업의 환율 영향 조사' 결과 2025년 사업 계획을 짜며 원·달러 환율 범위를 1,350∼1,400원으로 적용한 기업이 33.3%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1,300∼1,350원을 적용한 기업은 29.6%로 뒤를 이었다.
반면 현재 수준인 1,450∼1,500원 범위로 환율을 적용한 기업은 11.1%에 그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로 1,430원대까지 오른 뒤 같은 달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5년 금리 인하 횟수를 조정하겠다고 발표하며 1,450원대를 넘겼다. 같은 달 27일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표결 직후엔 1,470원을 넘겼다가 현재 1,45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 같은 환율 상승으로 인한 기업의 어려움을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원자재 및 부품 조달 비용 증가'(3.7점)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어 '해외 투자 비용 증가'(3.3점), '수입 결제 시 환차손 발생'(3.15점), '외화 차입금 상환 부담 증가'(2.93점) 순이었다.
환율 상승 대응을 위한 정책 과제(복수응답 질문)로는 '기업에 외환 유동성 지원 확대'(63%)와 '긴급시 외환시장 안정조치 시행'(63%)을 꼽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원자재 수급 안정화를 위한 비축·공동구매 지원'(33.3%), '환율 변동 피해에 따른 특별 세제혜택 제공'(25.9%), '국산 부품·원자재 대체를 위한 R&D(연구·개발) 지원 강화'(22.2%)가 뒤를 이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 충격이 컸으나 여진은 비교적 짧았던 반면 지금의 환율 불안은 경기 침체가 이어져 온 과정에서 국내·외 리스크 충격이 겹친 상황이라 그 여파와 불확실성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안정한 환율 상승이 자본 유출, 대외 신인도 하락 등 눈덩이 효과처럼 확대되지 않도록 외환시장 안정화와 기업 유동성 지원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우리 경제의 과감한 체질 개선과 구조적 전환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