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흡연은 암을 유발한다. ②흡연은 치아를 누렇게 만든다. ③흡연은 섹시하지 않다.
1998년 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청소년 흡연 예방 캠페인에 이 세 가지 내용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연을 해야만 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나열한 것이었다. 하지만 캠페인을 맡은 광고 대행사 담당자 알렉스 보거스키는 10대에게 흡연의 위험성을 부각하는 전략은 100% 실패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보거스키는 결국 CDC 요구를 따르지 않고 금연 광고 시리즈 '진실'을 만들었고, 이 캠페인은 심각한 사회문제이던 청소년 흡연율을 대대적으로 낮추는(28%→6%) 큰 성공을 거뒀다. 보거스키의 캠페인은 CDC의 초안과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데이비드 예거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심리학과 교수는 새 책 '어른의 영향력(원제 10 to 25)'에서 10대가 어른들의 말을 '잔소리'가 아닌, 실질적 행동 변화를 일으키는 '조언'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선 청소년의 욕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청소년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재미나 호기심 또는 '내 말을 따르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위협이 아니다. '지위'와 '존중'이다.
청소년 흡연자가 해악을 몰라서 담배를 피우는 게 아니다. 실제로 보거스키가 만난 10대들은 담배를 피우면서 "흡연이 어떻게 폐기종과 암을 유발하는지 유창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다만 아직 치아 변색을 걱정할 나이가 아니었고, 흡연을 오히려 어른에 대항해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쥐는 멋있는 행위, 즉 흡연을 성적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겼다. 흡연이 스스로에게 성인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는 하나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보거스키는 이를 간파했다. '진실' 시리즈 중 한 편은 유명 담배 회사의 본사 앞에 모인 청소년 1,200명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청소년들이 동시에 바닥에 쓰러지고 카메라는 미동도 않는 이들을 비춘다. 그때 한 청소년이 '담배는 하루에 1,200명을 죽입니다'라고 쓴 표지판을 휙 들어 올리곤 담배 회사에 "하루 쉬세요"라고 말한다. CDC 초안이 청소년을 뭘 몰라서 담배를 피우는 '어리석은 존재'라고 간주했다면, 보거스키의 캠페인은 청소년을 "어른과 같은 지위에 걸맞은 반항적이고 자율적인 사람"으로 강조한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청소년을 움직이려면 "네가 필요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숙제하면 게임하게 해 줄게' '말 잘 들으면 선물 사 줄게'와 같은 얄팍한 보상은 어린이에게나 먹힐 뿐, 10대에게는 "너의 기술, 에너지, 재능, 공헌이 전부 꼭 필요해"라고 말하는 것이 근본적인 행동 변화를 부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현명한 피드백'도 유용한 기술 중 하나다. 미국에선 학교나 회사서 예의상 일명 '칭찬 샌드위치' 방식으로 칭찬과 칭찬 사이에 비판을 넣어 피드백을 하는데, 이럴 경우 학생들은 칭찬이 가짜라고 생각하고 기분 나빠했다. 바뀌지도 않았다. 병원의 레지던트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칭찬 샌드위치를 담당 교수가 자신을 더 좋은 의사로 만들려고 애쓰는 신호가 아니라, 자기가 좋은 의사가 아니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보고서 첨삭 등 비판을 하면서 "내 기준이 무척 높고 네가 그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피드백에 대한 이유를 명시하면 결과가 달라졌다. 이와 관련한 실험을 했을 때, 교사의 기대와 조력을 암시한 피드백을 받은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보고서를 다시 수정해 온 비율이 2배 높았다. 수수께끼 같은 청소년의 마음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들이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돕고 싶은 어른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