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 연금'만 믿지 마세요… 은퇴 후 40년 '재앙' 안되려면

입력
2025.01.12 07:00
18면
<44>100세 시대와 초고령사회
기대수명은 83세...최빈사망연령은 90세 육박
은퇴 후 노후 30년에서 40년으로 늘어
연금으로 희망 생활비 충당 가능한지 점검 필요

편집자주

※누구나 부자가 되는 꿈을 꿉니다. 하지만 꿈만으론 부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풍요로운 노후의 삶을 꿈꾼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이 부자 되는 노하우를 2주에 1번 찾아와 알려드립니다. 여러분은 결심만 하시면 됩니다. 부자될 결심!

2024년 말 기준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3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1,024만4,550명으로 전체 주민등록 인구 5,122만1,286명의 20%를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2000년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7%가 넘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던 우리나라는 이후 17년 만인 2017년에 고령인구가 14% 이상 되는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전까지 고령사회로 가장 빠르게 진입한 나라는 일본으로 24년이 걸렸는데 이보다 무려 7년이나 빠른 속도입니다. 심지어 2025년에 고령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어 왔는데 이마저 앞당겨진 결과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구성된 셈입니다.


10년 뒤 남자 최빈사망연령 90세…100세 시대 눈앞

빠른 고령화 속도의 일차적 원인은 무엇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대여명 증가에 있습니다. 0세 기준 기대여명인 기대수명 통계만 보아도 1999년 75.5세에서 2023년 83.5세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남자 2.2년, 여자는 2.8년 각각 더 높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기대수명은 사고나 질병 등으로 조기에 사망하는 사람들의 통계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장수 추이를 실질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 해 동안 사망자 중 가장 빈도가 많은 나이를 의미하는 '최빈사망연령'을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5년 평균으로 1970~74년 당시 남자 67.5세, 여자 81세이던 우리나라의 최빈사망연령은 2015~19년에 남자 85.6세, 여자 90세까지 급격하게 증가하였습니다. 남자의 경우 매년 0.4년씩 증가하고 있는 셈인데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10년 뒤 남자의 최빈사망연령도 90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90세까지 살면 100세 수명이 많은 사람들의 가시권에 들어오기 때문에 최빈사망연령이 90세를 넘어서는 때를 보통 '100세 시대'라고 지칭합니다.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100세 시대란 머나먼 미래가 아닌 우리 눈앞에 닥친 현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령화 현실이 반영되면서 노인연령 기준 상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법적 노인연령 기준인 65세는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당시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66.7세였습니다. 최근 기대수명이 83세가 넘어선 점을 감안한다면 노인에 대한 과거 기준은 현실적이지 못한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대수명뿐만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건강수명도 함께 길어지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2000년 66.6세에서 2020년 72.5세까지 늘어났습니다. 이에 따라 사회 변화에 맞게 노인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2010년 이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노후생활 40년…장수가 오히려 '리스크'

그러나 보통 사람들의 장수에 대한 인식 변화는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서 중산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2022년)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 수명을 81세 정도로 예상하였습니다. 기대수명과 큰 차이가 나는 수치는 아니지만 최빈사망연령과는 10년 가까운 차이가 존재합니다.

물론 예상 답변인 만큼 숫자 자체에 차이가 나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명은 노후생활 기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60세 은퇴, 80세 사망을 가정했을 때 노후생활 기간은 20년 정도이지만 사망시점이 90세나 100세로 늦춰진다면 노후생활 기간은 30년이나 40년으로 훨씬 더 많이 늘어나게 됩니다. 나이가 들어도 살아가는 동안에는 돈을 써야 하니 노후 기간이 늘어난 만큼 노후 자산도 더 많이 필요합니다. 준비한 노후 자산이 많지 않다면 예상보다 더 오래 살게 됨에 따라 생활비가 부족한 기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장수가 축복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리스크로 다가오는 셈입니다. 그래서 '장수 리스크'라고 정의하기도 합니다.

사람들 개개인의 장수가 사회구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고령사회를 거쳐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면 사회의 경제적인 활력이 떨어지게 되고 국가적으로는 저성장 국면에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줄어드는 경제활력은 다시 저금리 등으로 연결되면서 개인 입장에서는 자산 증대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한창 성장하던 2000년 이전 금리와 현재의 금리 수준을 비교해 보면 특별한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노후생활 기간은 늘어만 가는데 노후생활을 대비하기 위한 자산관리 환경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진퇴양난의 모습입니다.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인 기반, 든든한 노후 자산이 밑받침되어야 합니다. 누구나 예상보다 오래 살게 될 100세 시대를 대비해서 장기적인 관점의 노후 자산관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노후 대비 위해 소득과 소비상황 다시 점검해야

안정적인 노후 준비를 위해서는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은퇴 생활을 직접 설계해 보아야 합니다. 재무적인 설계는 물론이고 가능하다면 일과 사회적 관계, 취미, 여가 등도 미리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 재무적인 부분만 이야기하자면 평소 소비 행태를 감안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적정 노후 생활비가 어느 정도인가 추정해 보기 바랍니다. 요즘은 부부 2인 기준으로 300만 원 내외 금액의 통계가 많이 보이는데, 이는 단순히 평균적인 수준입니다. 사람마다 형성된 소비 행태가 다르기 때문에 막상 따져보면 예상보다 더 많이 필요할 수도, 조금 덜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희망 생활비가 정해졌다면 3층 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는지 체크해보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가야 합니다. 노후 준비를 방해하는 요소들도 함께 점검해 봅시다. 교육비, 결혼 등 자녀 지원이나 주택 구입, 확장 등에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202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이하게 되면 한 해 목표를 세웁니다. 많은 사람들이 결심하는 목표 중 하나가 바로 다이어트입니다. 다이어트가 어렵게 느껴지지만 사실 구조는 단순합니다. 더 먹으면 살이 찌고, 덜 먹으면 살이 빠지게 됩니다. 다이어트같이 원칙에 충실하면 자산관리도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자산 역시 소득을 늘리고 소비를 줄이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단순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자산이 잘 늘어나는 것 같지 않다면 소득과 소비 상황부터 정확하게 체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소득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하루 활동량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존재하듯이 말입니다. 따라서 음식 섭취량을 줄이는 것처럼 소비는 줄여야 합니다. 영양가는 높고 칼로리 낮은 좋은 음식 위주로 섭취하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꼭 필요한 경우에 합리적인 소비가 자산관리에 도움이 되는 점도 비슷합니다.

노후 준비를 포함해 좀 더 안정된 경제생활을 위해 자산관리를 시작하기 가장 좋은 시점은 바로 지금입니다. 자산관리는 오랜 기간 할수록 부담은 적어지고 훨씬 쉬워집니다. 긴 호흡으로 조금씩이라도 준비해 간다면 장수 리스크를 극복하고 행복한 100세 시대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