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남성 마약 처방 의사 2심도 중형... 징역 16년

입력
2025.01.08 14:00
환자들 수면마취 상태서 성폭행도
"의사 지위 이용 변태적 욕구 충족"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가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가해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하고 수면마취 상태의 환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가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3부(부장 황진구 지영난 권혁중)는 8일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염모씨에게 징역 16년에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보다 징역 1년이 줄어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의사이자 마약류 취급업자로서의 지위를 변태적 성적 요구를 충족하는 수단으로 악용했다"면서 "피해자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악용해 장기간 범죄를 저질러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염씨는 지난해 8월 약물에 취해 차량을 몰다가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에게 프로포폴 등 마약류를 혼합 투여하고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염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면서 그가 수면마취 상태의 여성 10여 명을 성폭행하고 이를 불법 촬영한 정황도 포착했다. 이에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준강간·준강제추행 혐의 등이 추가됐다.

염씨는 1심에선 징역 17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을 반성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상당액을 공탁한 점을 고려해 일부 감형했다. 재판부는 "일부 공탁했다는 사정은 제한적인 양형 요소로만 고려했다"면서 "피고인에게는 행위에 상응하는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다수의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자살 충동을 겪거나 실제로 자살한 경우도 있었단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 중 어느 누구로부터도 명시적으로 용서받지 못했다"면서 "의사로서 수술보다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약해 주며 수익을 올린 점도 사회적으로 큰 해악"이라고 질책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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