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45년 만에 첫 연기상” 데미 무어… 노장 빛난 골든글로브 시상식

입력
2025.01.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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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세 동갑 무어, 조디 포스터 트로피 안아
65세 일본 배우 사나다 히로유키도 배우상
‘오겜2’ 수상 불발… 일본 배경 ‘쇼군’ 4관왕

“배우 생활 45년이 됐는데 연기상 수상은 처음입니다.”

배우 데미 무어(63)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2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였다. 그는 이날 영화 ‘서브스턴스’로 영화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주요 시상식 생애 첫 수상이었다. 무어는 “오늘의 영광을 제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고, 그 일에 속해 있다는 것을 되새기는 선물로 받겠다”고 말했다.

무어 “어느 제작자가 날 ‘팝콘 배우’라 불러”

노장 배우들이 빛난 하루였다. 무어뿐만 아니었다. 골든글로브 배우상 트로피를 가져간 60세 이상 배우는 네 명 더 있었다. 무어의 동갑내기 배우 조디 포스터는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 나이트 컨트리’로 TV리미티드 시리즈 앤솔러지·단막극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일본 배우 사나다 히로유키(65)는 ‘쇼군’으로 TV시리즈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진 스마트(75)는 ‘핵스’로 TV시리즈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았다. 영화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수상자는 60세 브라질 배우 페르난다 토히스(영화 ‘아임 스틸 히어’)였다. ‘노장 만세’ 시상식이었던 셈이다.

무어의 수상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무어는 영화 ‘선택’(1981)으로 연기에 첫발을 디딘 후 상과는 별 인연이 없었다. 영화 46편에 출연하고도 할리우드 주요 상을 단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 무어는 이날 수상 후 “30년 전, 어느 제작자가 나를 ‘팝콘 배우(돈 벌기 쉬운 가벼운 영화에나 적합하다는 의미)’라고 말해서 이런 상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스스로 돈을 많이 버는 영화를 만들 수는 있지만 인정받을 수는 없다고 믿었다”고 돌아봤다.

무어는 ‘서브스턴스’에서 50세가 되자마자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TV프로그램에서 퇴출되는 옛 인기 배우 엘리자베스를 연기했다. 영화는 20대 시절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목숨까지 거는 엘리자베스를 통해 할리우드의 외모지상주의를 풍자한다. 영화 ‘사랑과 영혼’(1990)과 ‘폭로’(1994) 등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1995년 여배우 최고 출연료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연기보다 사생활로 소비되고는 했던 무어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무어는 엘리자베스로 변신하기 위해 전라 연기를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디 포스터는 골든글로브 두 번째 수상

포스터는 무어와 달리 화려한 수상 이력에 트로피 하나를 더 보태게 됐다. 포스터는 ‘피고인’(1988)과 ‘양들의 침묵’(1991)으로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두 차례 수상했고, 골든글로브상 영화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두 차례(‘피고인’ ‘양들의 침묵’), 영화 여우조연상(‘모리타리안’) 한 차례 각각 받은 바 있다. 포스터와 트로피를 두고 경쟁했던 넷플릭스 드라마 ‘그리셀다’의 배우 소피아 베르가라는 포스터를 향해 “저에게도 하나 줘요”라고 웃으며 소리쳐 눈길을 모았다.

이날 시상식에 TV시리즈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는 ‘쇼군’에 밀려 수상하지 못했다. ‘쇼군’은 여우주연상(안나 사와이)과 남우조연상(아사노 다다노부)까지 가져가 4관왕에 올랐다. ‘쇼군’은 17세기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극이다. 영화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받은 프랑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역시 여우조연상(조이 살다나)과 주제가상, 비영어 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영화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에이드리언 브로디), 영화 감독상(브래디 코베)은 ‘브루탈리스트’가 가져갔다. 영화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은 서배스천 스탠(‘어 디퍼런트 맨’)이 차지했다. 골든글로브 수상은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투표로 결정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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