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훈수' '재판 쇼핑' '이의신청'... 尹, 법률 지식 총동원 '법꾸라지' 행보
12·3 불법계엄 사태의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법률 지식을 총동원해 수사와 재판에 맞서고 있다.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서 수취를 거부하더니,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차라리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며 수사방식까지 주문하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으로 공정과 법치를 강조해온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법꾸라지'(법률+미꾸라지) 행태라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 윤갑근 변호사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서울서부지법에서 체포영장을 재발부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향해 "무효인 (체포) 영장 가지고 계속 진행하는 건 더 이상 응할 수 없다"며 "기소를 하든지, 조사를 꼭 해야겠다면 서울중앙지법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라. 그러면 응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공수처의 영장 집행을 막은 것과 관련해선 "많은 국민들 피곤하게 하지 말고, 공무원 고생시키지 말고, 다른 방안을 찾으라"고 적반하장식으로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발부받은 영장은 '불법무효'라며 법적 대응을 이어왔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영장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영장전담판사가 영장에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문구를 기재한 것을 문제 삼아 "삼권분립 위반"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법률에 없는 '영장 이의신청'까지 서울서부지법에 제기했지만 기각당했다. 마성영 부장판사는 "(공수처가) 내란죄를 혐의사실에 포함시켰다고 해서 위법이라 할 수 없다"며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대통령실·대통령 관저 소재지 관할 법원인 서울서부지법이 영장을 발부한 것도 합법이라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 측은 그러자 "경찰 수사지휘권이 없는 오동운 공수처장이 경찰을 지휘해 위법적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오 처장 등 공조수사본부 관계자 11명을 서울중앙지검에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윤 대통령 측이 이날 서울서부지법 대신 서울중앙지법을, 체포영장 대신 구속영장 청구를 주장한 것을 두고는 '법원 쇼핑', '수사 쇼핑'이란 비판이 나온다.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되자 체포영장보다 발부 요건이 엄격한 구속영장 청구를 대안으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날 언급한 '불구속 기소'나 최근 여권에서 나오는 '제3의 장소 조사', '서면조사' 등은 내란죄라는 중대 범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윤 대통령 측이 법원 판단까지 문제 삼으며 법적 대응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수사 지연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 주소지 관할 서울서부지법에서 당연히 영장을 발부할 수 있고, 서울중앙지법에서도 주요 내란 공모자 구속영장을 여러 번 발부한 상태"라며 "결국 현재 대응 방식을 보면 수사를 끌며 불구속 기소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로스쿨의 한 교수도 "영장 집행에 불응하는 게 불법"이라며 "윤 대통령이 검사였다면 수사 대상이 원하는 대로 응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 측은 '수사보다 탄핵심판이 우선'이란 입장을 밝혔지만, 막상 탄핵심판이 시작되자 사사건건 문제를 삼고 있다. 헌재가 이달 14·16·21·23일과 다음 달 4일을 1~5차 변론기일로 지정하자, 윤 대통령 측은 "일괄기일 지정은 법령 위반, 졸속 재판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기피 신청 가능성도 열어뒀다. 지난 3일 2차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한 윤 대통령 측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한 조한창·정계선 헌법재판관에 대해 "직무대행의 대행이 임명해 하자가 있다"며 "어떻게 탄핵 재판을 받겠나"고 밝혔다. 국회 측 대리인단의 '형법상 내란죄' 철회 방침에 대해선 "탄핵소추 80%를 철회한 것"이라며 각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 주장에 동의하는 법조인은 많지 않다. 헌법재판연구원장 출신의 김하열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이날 열린 학술토론회에서 "동일 사실에 대해 단순히 적용 법조문을 추가·철회 또는 변경하는 것은 소추 사유의 추가·철회·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추위원은 변론 과정에서 소추 사실에 대한 법적 평가를 정리하고 이를 유형화, 단순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도 형법 위반 여부가 쟁점에서 제외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가장 중요한 소추 사유는 비상계엄 선포 행위의 실체적·절차적 위헌성"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