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극우 세력, 결국 연정 주축으로 부상하나

입력
2025.01.06 17:12
국민당, 극우 자유당 뺀 연정 추진했으나
중도 연정 구성 협상, 두 달여 만에 결렬돼
자유당 회동 나선 대통령 "새 길 열릴 수도"

오스트리아에 극우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확보해 제1당에 오른 극우 정당 '자유당'을 배제하고 나머지 정당들이 중도 연립정부를 꾸리려 했으나, 해당 협상이 5일(현지시간) 끝내 결렬된 탓이다. 연정 구성 협상 개시 권한을 가진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6일 허버트 키클 자유당 대표와 만나 새로운 협상 개시 가능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해 넘긴 중도 연정 구성 협상... 국민당 "협상 끝"

오스트리아 크로네 등에 따르면 중도보수 성향인 국민당 소속 카를 네하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5일 성명을 통해 "오늘 불행히도 연정 구성 협상이 끝났으며 국민당은 협상을 계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하머 총리는 당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총리직 사임 의사도 발표했다.

오스트리아 연정 구성 협상은 작년 10월 말부터 제2당에 오른 국민당 주도하에 진행돼 왔다. 같은 해 9월 총선에서 자유당이 득표율 28.8%를 기록해 1당 자리를 꿰찼지만, 각각 2~5당에 오른 국민당·사회민주당·네오스·녹색당이 모두 '극우와의 연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를 넘겨서도 결실이 맺어지지 않자 결국 국민당은 협상 포기를 선언했다. 네하머 총리는 "사민당은 파괴적 세력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국민당은 경제 경쟁력을 해치는 사민당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 결렬 책임을 전가했다.

안드레아스 바블러 사민당 대표는 "현 정부가 남긴 '기록적 적자'의 해결 방안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예산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3.7%로, EU 한도(3%)를 넘었다. 이 때문에 차기 정부는 약 180억~240억 유로(약 27조~36조 원)의 예산을 절감해야 한다. 네오스도 지난 3일 이미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자유당 중심 연정? 대통령, 6일 자유당 회동

이 같은 상황에 자유당은 미소를 짓고 있다. 총선에서 1당을 차지하고도 '왕따'를 당했지만, 이제는 연정 협상을 주도할 기회를 잡아서다. 자유당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친위대(SS) 여단장을 지낸 안톤 라인탈러가 1956년 창당한 정당으로, 1당 지위를 얻은 건 창당 이래 처음이었다. 키클 대표는 5일 "(혼란스러운) 오스트리아 정치에서 자유당은 유일하게 안정적 존재였다"며 "저렴한 물가, 성취에 대한 인정, 정의, 안보 및 평화, 조국에 대한 보호, 미래 세대를 위한 자유 및 긍정적 전망 등 기본적인 것들을 최우선 의무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극우와 손잡지 않겠다'던 국민당도 정권 유지를 위해 자유당에 손을 내미는 분위기다. 정부를 구성하려면 의회 전체 의석수(183석) 중 과반(92석)을 넘겨야 하는데, 자유당(57석)과 국민당(51석) 의석수를 합치면 108석이 된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5일 "국민당 내에서 '키클이 이끄는 자유당과 협력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잠잠해졌다"며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강경한 이민 정책을 포함, 여러 분야에서 비슷한 노선을 걷는 두 정당은 이미 9개 주(州) 중 5개 주에선 함께 지방정부를 구성한 상태이기도 하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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