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고용률이 20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자녀가 있는 여성일수록 고용률은 더욱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발표한 '여성 고용지표 국제비교' 연구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5~64세 한국 여성의 고용률은 61.4%로 38개 OECD 국가 중 31위였다. 2003년 27위였던 순위는 20년 사이 네 단계 추락했다. OECD 평균 여성 고용률은 63.2%였고, 한국보다 하위권에 위치한 나라는 칠레, 그리스, 이탈리아, 콜롬비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튀르키예 등이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32위에서 31위로 한 단계 올라선 데 그쳤다.
자녀를 둔 여성은 고용률이 더 떨어졌다. 15세 미만 자녀가 있는 한국 여성 고용률은 56.2%로 전체 여성 고용률보다 5.2%포인트(P) 낮았다. 한국과 함께 미국, 일본, 영국 등 7개 선진국이 속한 '3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들의 해당 분야 고용률은 68.2%였다. 자녀를 둔 한국 여성의 고용률이 선진국 대비 12.0%P 낮은 셈이다.
실제 육아는 여전히 여성 고용과 경제활동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한경협에 따르면 비경제활동 여성 인구 중 64.3%는 육아와 가사 노동에 종사하고 있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 대상인 5,000여개 기업 종사자 중 17.7%는 '육아휴직이 필요한 사람도 전혀 사용 불가능하다'고 응답, 자녀를 양육할수록 직장생활 유지가 어려운 현실이 드러났다.
한경협은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유연한 근로환경 조성 △가족돌봄 지원 정책 확대를 제언했다.
유연한 근로환경 조성을 위해선 '탄력적 근로시간 제도'를 제안했다. 한국의 '주 52시간 제도'는 근로시간 제한을 1주일 단위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월 단위로 변경해 육아시간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하자고 주장했다.
가족돌봄 지원 정책은 일본의 '대기 아동 해소 가속화 플랜'을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일본이 2013년부터 시행 중인 이 계획은 보육시설을 확대해 여성들의 육아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다. 일본은 해당 정책 시행 이후 보육시설 및 어린이집 수가 2015년 약 2.9만 개에서 2023년 약 4만 개로 늘었고, 대기아동수는 2.3만 명에서 0.3만 명으로 줄었다.
현금성 지원책은 영국의 '보육 지원금'이 대표적이다. 주 16시간 이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만 11세 미만 자녀 돌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자녀 한 명당 연간 2,000파운드(약 365만 원)를 지급한다. 부모들이 보육료 부담으로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두고 직접 자녀 양육에 매달리는 상황을 막기 위한 제도다. 독일은 2013년부터 만 1세 이상 아동이 보육시설 부족으로 어린이집 등을 이용하지 못할 경우 부모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녀를 가진 여성인력 일자리의 유지와 확대가 중요하다"며 "근로시간 유연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근로환경 조성과 함께 가족돌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