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주도의 공조수사본부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기한 안에 영장을 집행하는 데 실패했다. 공수처는 피의자에게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영장 청구 주체로서 영장 집행을 경찰에 떠넘기려는 무책임한 모습까지 보였다.
법원이 정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시한 하루 전인 5일 밤 공수처는 경찰에 공문을 보내 “영장 집행을 일임하겠다”고 통보했고, 경찰은 어제 ‘법률적 논란’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영장을 누가 집행하느냐'라는 기술적 문제로 왈가왈부하느라 체포영장 마지막 날을 날려버렸다.
앞서 공수처는 세 차례 소환장을 윤 대통령에게 전달조차 하지 못했고, 체포영장 발부 사흘이 지난 3일에야 집행 시도를 했다. 소환 거부 단계에서 이미 체포 등 ‘플랜B 시나리오’를 신속하고 면밀하게 수립해야 했음에도, 막상 관저에 가서 아무런 전략도, 결기도 보여주지 못하고 경호처의 버티기에 속절없이 밀려났다.
헛발질이 계속되는 사이 윤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모으며 세력화에 성공했다. 영장 집행은 더 어려워졌고, 체포영장을 둘러싼 논란으로 국론 분열이 극에 달했다. 자기 안위를 위해 ‘나라가 두 쪽 나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윤 대통령에게 궁극적 책임이 있지만,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 작전에서 세밀한 계획도 없이 대응한 공수처의 잘못도 크다.
검찰, 경찰, 공수처가 수사 주도권을 두고 다투던 지난달 11일 오동운 공수처장은 국회에 나와 “윤 대통령을 긴급체포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 의지를 믿은 여론이 공수처에 힘을 실어줬고, 그 덕분에 검찰의 양보(윤 대통령 사건 이첩)와 경찰의 협조(공조수사)가 가능했다.
공조본은 결국 영장 청구권을 가진 법리 전문가 집단인 공수처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구조다. 이 사태로 공수처는 기관 이익(존속 및 규모 확장)을 챙기려고 사건을 가져가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아마추어 대응은 더 이상 봐줄 수 없다. 경찰에 아예 사건을 넘기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