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간섭 말라"서 "우리 우정 영원히"로... 中, 대미 여론 기조 재포장, 왜?

입력
2025.01.07 04:30
미국 대사관에 '미중관계 미화' 댓글 수두룩
인민일보는 '미중 우호협력 이야기 공모전'
트럼프 2기 출범에 앞서 긴장 이완 제스처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국의 대(對)미국 선전 기조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적대감은 감추고 '미중 간 상생' 필요성을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미중 갈등에 따른 경제 불안정성을 관리하려는 방편으로 해석된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대만 중앙통신은 최근 주중국 미국대사관의 위챗(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공식 계정에 미중 간 우호 정서를 강조하는 댓글이 유독 많이 달리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RFA 등에 따르면 새해 첫날 미국대사관이 1979년 미중 수교 이후의 양국 관계를 요약한 글을 올린 게 대표적 사례다. 해당 게시물 아래에는 "중미 관계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양자 관계로 양국 국민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양국은 역사적 축복과 세계를 향한 전례 없는 영향력을 가져올 것이다" "중미 우호는 영원히 지속된다" 등 미중 관계를 미화하는 댓글이 300개 이상 이어졌다고 한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미국 귀신들아, 명절(크리스마스) 잘 보내고 간섭 좀 하지 말라"는 등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댓글이 적지 않았는데, 이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RFA는 전했다.

미국대사관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관에서 운영하는 계정의 중국 관련 댓글 기조는 일반적으로 중국 당국의 정책 기조가 반영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국이 운영하는 댓글 부대가 새로운 여론전에 나섰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 관영 매체들의 논조도 달라지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달 '중미 우호 협력 이야기' 공모를 발표하면서 "문화 차이를 넘은 양국 간 우정과 신뢰'를 주제로 한 글과 사진을 제출해 달라"고 밝혔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워싱턴주 중학교 학생들에게 보낸 신년 연하장 내용도 보도했다. 시 주석은 연하장에서 "올해는 중미가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에서 함께 싸워 승리한 지 80주년이 되는 해"라며 "혹독한 시련을 이겨 낸 양국 국민의 우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워지고 있다"고 덕담했다.

이러한 흐름은 또 한 번의 미중 관계 격랑이 예고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긴장 관리' 제스처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텅뱌오 뉴욕시립대 교수는 RFA에 "대내외 어려움에 놓인 중국 정부가 강요하는 화해적 제스처"라고 짚었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적 난국 돌파가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라 서방과의 긴장 이완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한 중국 내부 민심도 우호적인 분위기인 것을 재포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