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연 시인의 첫 시집 '두 개의 편지를 한 사람에게'가 나왔다. 출간을 기념해 지난달 만난 그는 "모든 작가에게 첫 작품이 그러하듯 지금까지의 인생을 탈탈 털어 넣은 느낌"이라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시집은 제목처럼 누군가를 향한 편지다. “이 시집을 쓸 때 내게 시라는 장르는 ‘고백’이었다”는 그는 자신을 다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시를 썼다. 그는 “처음부터 편지의 형식을 빌리려던 것은 아니었다”며 “시를 읽는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마음을 펼쳐가다가 40여 편의 시를 다 쓰고 나서야 편지인 줄 알았다”라고 했다.
제목과 양식이 상투적인 '러브레터'로 읽힐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고백과 편지의 형식이 고전적일 수 있다는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라면서 "신인에게는 이런 형식이 독특할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그가 주목한 편지의 또 다른 특징은 시제의 공존이다. 편지를 쓰는 순간은 ‘현재’이지만 읽는 이에게는 ‘과거’일 수밖에 없다. 또 편지를 읽는 순간은 ‘정해진 미래’다. 이런 시간의 뒤엉킴에서 그의 시는 “동작을 수행하려 정해진 대사를” 뱉거나 “결말을 다 알고서도 같은 선택을 할 건지”라는 질문에 “미래를 알고 있는 눈빛으로 포옹을 한다”고 답한다.
오지 않은 정해진 미래에 천착한 봉 시인은 한국일보 편집기자다. 그는 “편집기자는 굵직한 사회 이슈를 예측해서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가 큰 재난을 겪을 때 사상자의 숫자만 비워놓고 기사의 제목을 정하는 순간에는 나의 사람됨, 인간성의 일부분이 다친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 순간 “나를 위로하고 인간성을 회복해 주는 것이 시”라고 그는 말한다. 이어 "헤어짐이 정해져 있어도 사람의 모든 관계가 시작되듯 불행한 미래라도 현재의 사랑과 행복을 수행해 나가는 것이 시가 아닌가 싶다"고 한다.
봉 시인은 202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고, 같은 해 언론사 편집기자로 채용됐다. 아침마다 신문을 구독하는 아버지를 보며 '신문에 글 쓰는 직업'을 동경하게 됐다는 그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계속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