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경계는 허물고 보안은 철통...'AI 유니버스'가 만드는 미래 경쟁의 전초전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 참가한 한국 기업들의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자사의 최신 제품을 하나의 기기로 제어하고 다른 브랜드와 쓰임이 호환되는 '삼성 유니버스', 'LG 유니버스'의 사례를 내세운다. 기업간거래(B2B)가 많은 SK그룹은 SK하이닉스 등 관계사가 만든 최신 AI서비스를 일반 소비자가 체험할 수 있는 'SK 유니버스'를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참가 기업 중 가장 넓은 3,368㎡(약 1,019평) 규모로 전시관을 마련하고 '모두를 위한 AI'를 주제로 사용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최신 AI 설루션 '홈 AI'를 소개한다. 다섯 가지 유형의 집을 사례로 최신 기술과 삼성의 AI 플랫폼 '스마트싱스' 기능을 넣은 각종 AI 제품을 볼 수 있다. 효율적인 집에서는 일체형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퇴근 시간에 맞춰 바닥 청소를 대신해주는 '비스포크 AI 스팀'의 세부 기능과 이 제품들의 에너지 사용량을 이전 달과 비교해 보여주는 스마트싱스의 기능을 시연한다. 가족을 돌보는 집에서는 스마트싱스와 연동된 재실(在室)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낙상 여부를 감지하고 가족에게 스마트폰 등으로 알림을 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AI로 제품을 연결·제어하는 기술은 집을 넘어 자동차, 선박, 일터에서도 가능한데 전시관에서는 호텔, 카페 등에서의 '홈 AI' 사례도 일부 소개될 예정이다. 최근 삼성중공업이 개발 중인 자율항해 선박에도 스마트싱스 기술이 적용돼 선박 내 기기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다. LG전자는 2,044㎡(약 620평) 전시관에서 '공감지능과 함께하는 일상의 라이프스 굿'을 주제로 회사의 최신 AI 제품과 연결 기술을 공개한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해 CES에서 AI의 개념을 고객 경험 관점에서 공감지능으로 재정의했다. 집, 사무실, 취미 공간, 차량의 AI 제품을 고객이 겪어볼 수 있게 'AI 존'을 마련했다. 고객의 정보를 담은 AI 가전, 'AI홈 허브'가 집 안 곳곳에 설치된 센서로 잠자는 고객의 심박수와 호흡, 기침 등을 분석해 평소 냉수를 마시던 고객에게 온수를 제안하거나 집 안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초프리미엄 가전 'LG 시그니처'에 최신 AI 기능을 더한 신제품과 이탈리아 명품가구 브랜드 카르텔과 협업한 세계 첫 무선·투명 올레드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 등도 전시장에서 첫선을 보인다. 두 기업은 CES 2024에서도 집 안 전자 제품을 AI로 한꺼번에 제어하고 관리하는 연결 기술을 선보였는데 올해는 그보다 한발 더 나간 기술을 뽐냈다. 특히 개별 AI 전자제품의 최신 기능을 소개하는 데 치중했던 중국 가전업체들이 올해는 이 기기들을 아우르는 스마트 홈 시스템을 전시 주요 테마로 삼으면서 한국 회사들은 차별화를 위해 AI 제품의 보안 기능을 돋보이게 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홈 AI를 구현하는 데 보안을 최우선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블록체인 기술로 AI 가전의 보안을 지키는 '녹스 매트릭스(Knox Matrix)'의 적용 대상을 와이파이 기능이 있는 모든 가전으로 확대한다. 관계자는 "AI로 연결된 기기들이 보안 상태를 서로 점검하다 외부 위협이 감지되면 해당 기기 연결을 끊고 사용자에게 바로 알린다"며 "더 많은 기기가 연결될수록 보안이 강화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LG전자도 고객 동의를 받아 모은 데이터를 독자 보안 시스템 'LG 쉴드'로 관리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개인 정보 등 민감 정보를 암호화하고 외부 해킹을 통해 작동 코드나 데이터를 바꿀 수 없도록 암호화 키를 일반 데이터와 다른 공간에 저장해 운영 체계를 보호한다. SK그룹은 '혁신적인 AI 기술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든다'를 주제로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C, SK엔무브 등 4개 관계사가 공동 전시관을 운영한다. △AI 데이터센터(AIDC) △AI 서비스 △AI 에코시스템으로 주제를 나눠 SK 관계사의 AI 서비스 시연에 중점을 뒀다. ①AIDC 전시장에서는 AIDC를 만드는 데 필수인 SK의 기술(에너지 설루션, AI 반도체, 클라우드 서비스)을 알린다. ②AI 서비스 테마에서는 SK텔레콤이 가진 AI 기반의 광고 제작 설루션(GenAd), 미디어 가공 및 콘텐츠 품질 향상 플랫폼(AI 미디어 스튜디오) 등이 공개된다. 특히 SK텔레콤이 북미 시장을 대상으로 올해 출시를 준비 중인 AI 에이전트 '에스터(Aster)'가 현장 시연되고 구체적 서비스 계획도 발표될 예정이다. ③AI 에코시스템 전시장에서는 SK와 함께 AI 생태계를 만드는 글로벌 파트너사 다섯 곳(가우스랩스, 람다, 앤트로픽, 퍼플렉시티, 펭귄솔루션스)의 AI 설루션과 서비스를 소개한다. 각 파트너사의 기술과 노하우를 통해 SK와 진행 중인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도 등장한다. 'AI 토털 설루션 기업'을 강조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 등 주요 계열사의 최고 경영진이 전시장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