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비상계엄은 불가피" 주장하자 골드버그 미 대사 "매우 유감"
'12·3 불법 계엄' 선포 당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김태효 대통령 국가안보실 1차장과 통화했던 사실이 7일 뒤늦게 알려졌다. 이 통화에서 김 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반국가 세력에 대항하기 위한 적법조치"였다고 설명한 반면 골드버그 대사는 '깊은 유감과 우려'를 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부 우방국 대사관이 합동참모본부가 계엄에서 빠진 이유를 "비상계엄 준비과정에서 미국에 철저히 비밀로 하려던 윤 대통령의 의사 때문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도 이날 처음 확인됐다. 7일 복수의 한미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골드버그 대사는 지난해 12월 4일 비상계엄이 해제된 오전 2~3시 사이 김 차장과 통화에 성공했다. 이때 김 차장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세력에 대해 헌법주의자이자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누구보다 숭배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내린 결단"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대통령실이 비상계엄 해제 이후 외신에 배포한 입장문 내용이기도 하다. 앞서 대통령실은 비상계엄이 해제됐음에도 외신 기자들에게 연락해 계엄이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볼모로 법률안과 예산안을 방해하고, 타협할 수 없는 국가안보를 훼손한 세력에 대한 불가피한 대처"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헌정질서 파괴라는 지적에 "대통령으로서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액션은 취했지만, 합헌적 틀 안에서 행동을 취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김 차장의 입장에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미국 소식통은 "골드버그 대사가 매우 불쾌해 했다"며 "여러 질문이 있었지만 납득할 만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의 "심각한 오판"이라는 발언이 나오게 된 경위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골드버그 대사는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과도 대화를 나눴다. 야당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소통했다. 비상계엄은 한미 연합사령부와 주한미군도 사전 인지하지 못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 첫째 주에는 당초 주한미군을 비롯, 한미 장병들을 위한 각종 송년 행사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모두 취소됐고, 주한미군사령관은 장병들에게 '이동 자제' 권고를 했다. 이보다 앞서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김용현 국방장관' 체계가 갖춰진 이후 공세적으로 전향한 윤석열 정부의 안보 접근법에 대한 우려 표명은 있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무인기 평양 침범 사태부터 국정원의 전향적인 북한군 러시아 파병 발표까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접근법의 공세적 수위가 높아지자 주한미군 대화채널 및 국무부 등을 통해 우려를 표명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외교소식통은 "비상계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안보 접근법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우려스러운 지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합참이 비상 계엄 작전에서 빠진 것과도 연결된다. 이날 일부 우방국의 주한공관은 본국에 "비상계엄 준비과정에서 합동참모본부가 배제된 배경에는 미국에 철저히 비밀로 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자료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미국에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우려해 김명수 합참의장 등을 계엄 논의에서 전면 배제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7일 귀국길에 오른 골드버그 대사는 조 장관에 대해 특별히 감사 인사를 남겼다. 골드버그 대사는 귀국에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 장관에 대해 "원칙을 가진 외교관"이라며 존경을 표했다. 비상계엄 해제 직후 골드버그 대사와 통화한 외교안보 인사로는 김 차장 외에도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이 있었는데, 비상계엄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건 조 장관뿐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골드버그 대사는 기자들에게 당시 대화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