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0일 '12·3 불법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수괴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 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꾸린 공수처는 이날 0시 서울서부지법에 내란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는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관할하는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과 함께 관저 진입 등에 필요한 수색영장도 청구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27일 구속기소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공소장에 윤 대통령을 불법계엄의 정점이라고 명시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3월 이후 군 지휘부와 여러 차례 만나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을 언급했다. 비상계엄을 실행에 옮긴 3일 밤엔 국회에 병력을 침투시키고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직후 "(계엄이)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담자들은 윤 대통령의 위법·위헌적인 지시에 대한 증언을 쏟아냈고, 수사기관들은 윤 대통령을 겨냥해 경쟁적으로 수사를 해왔다.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사흘 전인 11일 1차 소환 통보를 했고, 공수처도 16일 1차 소환 통보에 나섰다. 검찰로부터 윤 대통령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2차(25일), 3차(29일) 통보까지 했지만 윤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았다.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통한 강제구인에 나선 것은 윤 대통령의 불출석 입장이 확고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이 청구된 이날 서울서부지법에 변호인 선임계와 의견서를 전한 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관련 수사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적은 있지만, 이들은 모두 임기를 마치거나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된 '자연인' 신분이었다. 반면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지만, 불소추특권 예외인 내란 혐의 피의자라서 체포영장 청구가 가능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이지만 절차적 정당성을 고려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강조했다.
법원에서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할 경우 통상 7일간 유효하다. 체포에 성공하면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구속영장까지 발부되면 윤 대통령 입장에선 사실상 방어 수단이 없다. 다만 체포영장이 발부돼도 윤 대통령이 집행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