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직 이민' 두고 머스크와 'MAGA' 간 갈등 심화

입력
2024.12.29 08:55
머스크 등 기업가 "H1B 비자 확대해야"
'반이민 강경파' 전통 마가 지지자들 반발

미국에서 전문직 외국인 노동자에게 발급되는 이민 비자 정책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진영 내부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로 대표되는 기술업계 인사들과 반(反)이민 강경파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그룹 간 논쟁이 불붙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2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내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 미국을 강하게 만든 수백 개의 다른 회사를 설립한 수많은 중요 인물들과 함께 미국에 있는 이유는 H1B (비자) 때문"이라며 "나는 이 문제를 놓고 전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의 이러한 발언은 해외 기술 인력을 미국 사회가 이민자로 수용하는 것도 중단해야 한다는 트럼프 진영 내 '반이민 강경파'를 상대로 싸우겠다는 선언이다. 이에 앞서 머스크와 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신설될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기업가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도 전날 "우리의 미국 문화는 탁월함보다는 평범함을 너무 오랫동안 숭배해 왔다"며 고숙련 기술자 이민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은 트럼프 당선자가 지난 22일 인도계 정보기술(IT) 전문가 스리람 크리슈난을 차기 백악관 인공지능(AI) 수석 정책 고문에 지명하면서 촉발됐다. 지난달 크리슈난은 "기술직 이민자들에 대한 영주권 상한선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SNS 게시물을 올렸는데, 트럼프 지지 세력인 반이민 강경파가 이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극우 활동가인 로라 루머는 "트럼프의 마가 정책에 직접적으로 반대하는 의견을 지닌 좌파 인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기용되고 있는 게 무척 걱정스럽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지냈던 스티브 배넌도 자신의 팟캐스트를 통해 "H1B 비자 확대는 미국 시민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아 외국에서 온 계약직 종업원들에게 주고, 돈을 덜 지급하려는 사기"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내홍은 표면적으로는 전문직 비자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지만, 그 이면에는 '성향이 다른 트럼프 지지자들 간 충돌과 분열'이 자리해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이번 싸움은 백인 저학력 노동자 계층을 통해 힘을 얻은 트럼프가 이제는 대다수가 이민자 출신인 기업가 또는 기술자들의 편을 들 수도 있음을 방증한다"고 짚었다.

손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