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화석연료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탄소 감축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21세기 말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최대 4.5도 오르고 해수면 높이도 최대 58㎝ 상승한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고수온 현상이 계속되면 해양생태계 파괴는 물론 극한 기후가 잦아질 수 있다.
26일 기상청은 해양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2100년까지의 한반도 주변 3대 해양 기후요소(해수면 온도, 표층염분, 해수면 높이)와 해양열파에 대한 미래 전망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립기상과학원이 개발한 '전 지구 기후변화 예측모델(K-ACE)'로 만든 시나리오를 고해상도 모델로 정교화한 것으로, 연세대 송하준 교수와 강릉원주대 탁용진 교수 연구팀이 함께 참여했다.
연구진은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 제시된 '저탄소 시나리오'(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와 '고탄소 시나리오'(높은 화석연료 사용량과 도시 위주 무분별한 개발)를 활용해 탄소 감축 정책 유무에 따른 미래 전망을 분석했다.
해양기후 전망을 10년 단위로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2015~2024년) 대비 2100년까지 한반도 주변 해역 해양기후변화는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훨씬 변화가 뚜렷했다. 단적인 예로 해수면 온도가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까지 상승하다가 차츰 안정화됐지만,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지속적으로 올라 21세기 말(2091~2100년)에는 최근 10년 대비 평균 4.28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서해와 동해중부 해역은 약 4.5도 상승해 전체 평균보다 0.2도 이상 높게 나타났다.
고탄소 시나리오대로 21세기 말을 맞으면 고수온 현상인 '해양열파'가 1년 중 평균 295.5일에 이르고 고수온 강도도 현재보다 2.5도가량이나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해양열파는 최근 10년 일평균 수온을 기준으로, 상위 10% 고수온이 5일 이상 지속되는 것을 뜻한다. 최근 10년은 연간 27일 정도 발생했다.
그런데 저탄소 시나리오를 따라도 21세기 말이 되면 해양열파 발생 일수가 연 195일로 늘어나고, 고수온 강도도 현재(1.65도 상승)보다 0.5도 높아졌다. 일종의 '해양 폭염'인 해양열파가 잦아지고, 강도도 세지면 해양생태계 파괴는 물론 폭염·폭설 등 극한 기후가 발생할 우려도 커지게 된다.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해수면 높이도 21세기 말 평균 56㎝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역별로 동해남부(58㎝), 남해동부(57㎝), 동해중부(56㎝) 순으로 상승폭이 높았으나 편차는 크지 않았다. 저탄소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엔 21세기 말 예상 상승 전망치는 평균 35㎝로 줄어든다. 해수면 온도와 높이 상승은 폭풍·해일 강도 증가와 극한 파고 상승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