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마약방에 잠입해 마약사범 68명을 잡아들인 천안동남경찰서 최순신(48) 경위 등 55명이 '대한민국 공무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인사혁신처는 국민평가단 및 전문가 심사 등을 통해 33개 기관에서 △훈장 3명 △포장 9명 △대통령 표창 21명 △국무총리 표창 22명을 공무원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상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국가의 주요 시책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공무원에 수여한다.
천안동남서 형사과 강력팀 소속 최 경위는 수상자 가운데 가장 높은 공적 평가 점수로 옥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지난해 4월부터 4개월간 끈질긴 추적 끝에 마약사범 68명을 검거하고 15명을 구속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당시 중학교 3학년 학생이었던 아들의 "주변 친구들이 텔레그램에서 마약을 구하더라"는 말에 심각성을 느껴 마약 수사에 자원했다. 직접 텔레그램 마약방에 들어가 필로폰을 구하려는 척 판매자에게 접근해 판매자의 입금 계좌 속 1년 치 거래내역을 조회한 뒤 마약 구매자와 입금이 이뤄진 은행 지점의 폐쇄회로(CC)TV를 일일이 확인해 동선을 역추적했다. 최 경위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범인을 잡으러 천안 외 서울 부산 등 전국을 누볐다"며 "강력팀에 접수된 절도·강도 사건 수사도 병행하면서 마약 수사를 하다 보니 힘에 부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 경위는 2018년 형부에게 협박당해 8년간 90여 차례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를 구하는 등 여성청소년과에서 근무하면서 성폭력·가정폭력 사범 264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그는 "딸을 둔 아빠 입장에서 안타까운 일을 많이 목도했다"며 "범죄 피해자들에게 안전한 일상과 정상적인 삶을 돌려주는 뿌듯함으로 근무한다"고 말했다. 경찰 생활 20년을 수사 경력으로 꽉 채웠다는 그는 이번 수상을 기점으로 '범죄 퇴치'에 더욱 매진할 것을 다짐했다.
또 다른 옥조근정훈장 수상자 인천검단소방서 신민규(47) 소방경은 화재와 폭우 등 재난에 더 취약한 장애인을 위한 대피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난해 1월부터 동료 소방관들과 함께 매달 또는 매주 인근 장애인 복지관과 특수학교를 찾아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훈련을 진행했다. 기획 단계에서 장애인 복지 전문기관에 자문을 구하고, 기부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해 400만 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한 노력 등을 인정받았다.
신 소방경은 "22세 발달장애인 아들을 둬 오랜 기간 장애인 교육에 대해 고민해 왔다"며 "장애인도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어 뿌듯하고, 도와준 동료들에게도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특수 시책이었던 사업은 큰 호응을 얻어 올해부터 인천시교육청에서 이어받아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의무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해 16년째 근무 중인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도 훈격이 가장 높은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심 센터장은 코로나19, 10·29 이태원 참사 등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통합심리지원단을 통해 260만 건의 상담을 제공하는 등 국가 재난 트라우마 극복에 기여했다.
이 외에도 전략물자 불법 수출을 적발한 관세 공무원, 한국형 전투기(KF-21)의 비행제어 기술을 개발한 방위사업청 수석 전문관, 신속한 수돗물 분석법을 개발한 서울시 보건연구사 등도 수상자로 선정됐다.